'쥐'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12.01 김동인의 <배따라기> (18)

 

아내와 동생의 불륜? 그는 왜 배따라기를 불렀을까?

김동인/배따라기/1921년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었다. 1인 프로젝트 그룹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이다. 배따라기의 유일한 멤버는 이혜민이다. 왜 하필 그는 1인 프로젝트 그룹 이름을 '배따라기'라 했을까? 가수 이혜민은 몰라도 그가 만든 꽤 유명한 대중가요들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 이 의문을 해결했다. <삼포 가는 길>, <59년 왕십리>, <호랑나비>, <비와 찻잔 사이>, <아빠와 크레파스>, <애증의 강>, <포플러나무 아래>...가수라는 직업적 의미와 사랑을 갈구하는 그리움이 표현된 가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그룹명이다.

'배따라기'는 평안도 민요의 하나로 '배를 떠나 보내며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라고 한다. 원래 배따라기는 전국 해안 지방마다 널리 퍼져있어 뱃사람들의 고달픈 생활을 노래했다고 하나 현재는 평안도 '배따라기'만 남아있단다. '배를 떠나 보낸다'는 말에서 막연한 그리움과 회한이 느껴진다.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라는 노래도 있잖은가!

우리말로 된 최초의 단편소설

스스로 '조선말과 조선글로 씌여진 최초의 단편소설'이라고 자부할만큼 아름다운 우리말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 김동인의 단편소설 <배따라기>는 평안도 민요 '배따라기'를 모티브로 한 남자가 뱃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만큼은 익히 들어봤을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대표 단편소설이다.

'하늘에도 봄이 왔다. 하늘은 낮았다. 모란봉 꼭대기에 올라가면 넉넉히 만질 수가 있으리만큼 하늘은 낮다. 그리고 그 낮은 하늘보다는 오히려 더 높이 있는 듯한 분홍빛 구름은 뭉글뭉글 엉기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20세기 한국소설] 김동인의 <배따라기> 중에서-

대동강 뱃놀이 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던  '영유 배따라기', 장고 소리도 기생의 노래도 없었지만 '나'(작중 화자)는 익히 알고 있었다. '배따라기' 가락이 들려주는 속절없는 애처로움을...그래서 다가가 배따라기를 부르고 있는 그 남자의 사연을 들어 보았다. 배따라기에는 한 남자의 잘못된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 쥐 때문에

그 남자는 아내를 사랑했다. 그러나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잼뱅이었다. 아니 요즘으로 치면 가정폭력을 일삼는 정신과 상담이 필요해 보이는 그였다. 어쩌면 그는 의처증 환자였다. 아내의 살가운 성격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그 남자는 아내와 자신의 동생을 의심하고 있었다.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 요즘에도 이런 막장 드라마는 쉬 쓰지 못할 것이다. 과연 사실이었을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어느날 장에 간 그 남자는 아내에게 선물해 주면 기뻐할 생각에 거울을 하나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그 순간 그 남자는 돌이킬 수 없는 오해와 불행을 자초하고 만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남자가 본 것은 저고리가 풀어진 동생과 배꼽 아래로 치마를 늘어뜨린 아내의 모습이었다. 안그래도 아내와 동생의 불륜을 의심하고 있던 차에 그는 또다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말았다. 아내와 동생의 쥐를 잡고 있었다는 해명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후 어둠이 깔리고 그는 불을 켜기 위해 성냥을 찾고 있었다. 여기저기 뒤적여도 성냥은 보이지 않았다. 옷뭉치를 들추니 쥐 한 마리가 후다닥 뛰어나오면서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후회하기에는 너무도 늦어 버렸다. 아내는 바닷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이를 안 동생은 집을 나가고 말았다. 그날 이후 그는 동생을 찾기 위해 뱃사람이 되어 떠돌아 다니며 '배따라기'를 불렀던 것이다. 그가 부른 '배따라기'의 맨 마지막은 이러했다.

'밥을 빌어서
죽을 쑬지라도
제발 덕분에
뱃놈 노릇은 하지 마라
에~야, 어그야지야'
-[20세기 한국소설] 김동인의 <배따라기> 중에서-

내선일체를 주장했던 김동인

<배따라기>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아니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로 믿고 살아왔던 나에게 김동인이 친일파였다는 기사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나의 역사에 대한 무지함 그리고 우리의 잘못된 역사 청산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김동인은 소설 <백마강>을 통해 조선 젊은이들의 징용을 선동하고 조선과 일본은 하나라는 내선일체를 주장했다고 한다. 국민정서와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여전히 그의 친일행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동인도 <배따라기>의 그 남자처럼 평생 연유 배따라기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역사와 그 역사에 조금이나마 동조했던 이들의 진심어린 반성은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받았을 감동을 제대로 지켜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고 역사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씁쓸함을 뒤로 한 채 <배따라기>의 첫 장을 다시 펼쳐본다.

Posted by 사용자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1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mijuhosi.tistory.com BlogIcon 쿤다다다 2010.12.01 19:22 신고

    우리나라 문학사를 보면 한 둘은 아니죠. 아직도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바로잡야한다고 생각해요.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crabbit.tistory.com BlogIcon 굴뚝 토끼 2010.12.01 19:28 신고

    핑계라 쥐라는 게 지금에 와서야 참 의미심장하죠....^^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12.01 19:47 신고

    지금이라도 이런 소설도 읽으며 유유자적하게 보내야 하는데
    블로그에 미쳐서 이러고 있네요~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dgulibrary.tistory.com BlogIcon ㅇiㅇrrㄱi 2010.12.01 23:42 신고

    너무 어릴적에 읽어서 그 한 같은 것들이 제대로 안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네요. 김유정의 <동백꽃> 마지막 장면에 설레이던 시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apsan.tistory.com BlogIcon 앞산꼭지 2010.12.02 02:22 신고

    배따라기, 뱃사람, 사공...... 그리고 4대강.
    역시 4대강 삽질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죠?.....ㅎㅎ.

    배따라기 잘 읽고 듣고 갑니다.....

  6.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rja49.tistory.com BlogIcon 온누리49 2010.12.02 07:49 신고

    한참만에 들립니다
    요즈음은 그렇게 사네요^^
    좋은 날 되세요

  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foodfafa.tistory.com BlogIcon 이츠하크 2010.12.02 08:21 신고

    저런 사연이 숨어 있었군요. 여강여호님 아니었으면 평생 모르고 살 뻔했습니다.
    먼저 방문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하구요 12월 여강여호님도 힘차고 즐겁게 마무리 하세요.
    고맙습니다.^^

  8.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zazak.tistory.com BlogIcon 朱雀 2010.12.02 08:48 신고

    배따라기가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잘 보고 갑니다. ^^

  9.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easygoing39.tistory.com BlogIcon 카타리나 2010.12.02 08:58

    이런 의미가 있었다는걸 처음 알았네요
    오해가 너무 큰 사고를 불러왔네요 ㅡㅡ;;

  10.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0707.tistory.com BlogIcon kpopgirl 2010.12.02 09:03 신고

    고등학교시절 반의무로 읽었던 책들. 그땐 전혀 이해안되었는데..
    나중에 보면 감동적 혹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낀경우가 많아요.(중고생이 보기 무리인 책도 필도서로 뽑아놓은거 보면 무슨생각인지 몰겠어요)
    근데 저런 사연은 저도 몰랐네요. 최남선, 이광수, 노천명 등등 많은 문학인들 실은 친일을 했지요.
    이광수는 해방이 되자 '내 진정 해방이 올줄 몰랐다.'며 찬 시멘트 바닥에 베게도 없이 잤다고 하지요. 사죄를 하기 위해(얼마 동안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노천명은 시집발간 후 해방이되자, 친일시를 빼고 다시 출간 했다고 하더군요. (대략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 입니다. )
    역사 청산..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게 너무 많네요.

  1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lmpeter.tistory.com BlogIcon 아이엠피터 2010.12.02 10:21 신고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나는
    비내리는 아침입니다.김동인의 친일 행적을 보면서
    역사에서 자신의 목숨을 위해 능력을 바꾸어버린 모습을 찾을 수 있어서
    씁쓸합니다.

  1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12.02 11:10 신고

    우리 아이들 여고1 중3이다 보니...단편 읽고 있던데...
    노을이두 다시 펴 들고 싶네요.ㅎㅎ

    잘 보고가요.

  1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9oarahan.tistory.com BlogIcon 아하라한 2010.12.02 11:50 신고

    배따라기 학교때 제목만 들어 봤지 실상 모르는 내용들이었네요. 에공 책좀 읽어야 되는데
    여강여호님 덕분에 한가지 알고 갑니다.

  14. addr | edit/del | reply 2010.12.02 11:59

    비밀댓글입니다

  1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neowind.tistory.com BlogIcon 김천령 2010.12.02 13:17 신고

    오랜만에 옛 이야기에 취해 봅니다.
    비가 오네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16.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chobo1.tistory.com BlogIcon Kay~ 2010.12.02 16:28 신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리뷰만으로 교훈을 주는글입니다.

  17.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dkguide.com/technic/urge/talk/ BlogIcon 女性とのトークで気をつけたい事 2011.06.16 16:53

    반딧불 축제는 두시간 반 걸려서 가서 그것만 보기에는 좀 작고 덥고 볼것도 많지는 않은 듯 했지만 - 더워서 자세히 보지도 못했지만. - 점심먹은 적상면에 순두부마을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계곡 구경도 하고 찜질방도 가고 - 나는 안즐기는지라 안가지만 - 곤돌라 타고 경치구경도 한번 해도

  18.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ww.amidress.com/attractive-bias-neckline-sliver-white-bandage-dress-p-.. BlogIcon white bandage dresses 2011.11.18 16:05

    리뷰만으로 교훈을 주는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