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비둘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탐욕스런 인간이 서 있는 이곳, '슬픈치' 박서영의 시 '슬픈치, 슬픈' 통영 비진도에 설풍치(雪風峙)라는 해안언덕이 있다. 폭설과 비바람이 심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절벽이다. 그래서 설풍치는 슬픈치로 불리기도 한다. 그 해안을 누가 다녀갔다. 길게 흘러내린 절벽치마의 올이 풀려 도도새, 여행 비둘기, 거대한 후투티, 웃는 올빼미, 큰바다쇠오리, 쿠바 붉은 잉꼬, 빨간 뜸부기. 깃털이 날아가 찢어진 치마에 달라붙는다. 다시 밤은 애틋해진다. 게스트하우스의 창문을 열오놓은 채로, 달의 문을 열어놓은 채로 잠을 잔다. 희 눈이 쏟아진다. 커튼의 올이 풀려 코끼리새 화석의 뼈를 감싼다. 따뜻한가요? 눈사람이 끼고 있는 장갑의 올이 풀려 내 몸을 친친 감는다. 나는 달아나는 사람의 자세로 묶여 있다.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나 발견된 죽은 새를 안고 있..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