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분노와 혼돈의 신, 아에슈마
아에슈마(또는 아이슈마. Aeshma)는 조로아스터(또는 페르시아) 신화에서 끊임없는 분노와 혼돈의 힘을 상징한다. ‘분노’를 뜻하는 아베스타어에서 유래한 아에슈마라는 이름 자체가 그의 본질 즉 분노, 폭력 그리고 질서를 파괴하려는 충동을 보여준다. 가장 강력한 다에바(악의를 가진 조로아스터교의 초자연적 존재 즉 악마) 중 한 명인 그는 갈등을 통해 번영하며 아후라 마즈다가 지탱하는 조화를 깨뜨리려 한다. 아에슈마의 영향력은 전쟁, 희생 그리고 도취에 스며들어 신성한 의식을 왜곡하고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불화를 조장한다. 그의 가장 큰 적 스라오샤는 규율과 헌신을 구현하며 아에슈마의 끊임없는 파괴에 맞서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아에슈마의 그림자는 조로아스터교 신앙을 넘어 후대 전통에도 남아 있으며 탈무드와 토비트(또는 토빗기. 구약 성경에 수록되어 있는 책)에도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파괴라는 동일한 본질을 지니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아에슈마가 사악한 존재로 변한 천사였다고 한다.
아에슈마는 죽은 자의 영혼이 친바트 다리(이승과 저승의 경계)로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승에서의 삶이 선한 영혼은 넓어지는 다리를 건너 아후라 마즈다와 하나가 되고 이승에서의 삶이 악한 영혼은 가느다란 다리를 건너는 중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에슈마는 끊임없는 분노의 모습으로 묘사되며 그의 존재는 혼돈과 분노의 소용돌이와 같다. 불타는 듯한 눈은 악의로 불타고 날카로운 이빨은 그림자 속에서 번뜩이며 발톱 달린 손은 조화와 질서를 찢기 위해 휘감겨 있다. 어떤 환영들은 그의 형체에 기이한 흔적을 새겨 그의 본질을 피부 속에 새겨 넣는다. 그의 등에는 삐죽삐죽하고 부자연스럽게 날개가 돋아 있고 검게 그을린 손은 파괴의 무게를 움켜쥐고 있다. 그의 주변은 불꽃이 일렁이며 이는 그의 끝없는 혼란에 대한 갈증을 상기시킨다. 모든 형체, 모든 환영 속에서 그는 날 것 그대로의 폭력적인 분노의 힘으로 서 있다. 막을 수 없고 길들여지지 않았으며 영원히 빛과 맞서 싸운다.
아에슈마는 혈통이 아닌 혼돈과 파괴에 대한 충성으로 다에바들 사이에 서 있다. 그의 존재는 창조물을 해체하려는 그림자 앙그라 마이뉴를 휘감고 있으며 그의 의지는 끊임없는 분노의 힘으로 실행된다.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의 악마 아즈가 그의 곁에서 움직이며 그들의 목적은 질서에 대한 끊임없는 반항으로 얽혀 있다. 권력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것이며 아에슈마는 자신의 명령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심판을 향해 나아가는 영혼들을 공격한다. 그를 정의하는 것은 온화한 혈연 관계가 아니라 오직 그를 끊임없이 빛에 맞서도록 끌어당기는 분노의 어두운 흐름뿐이다.
아에슈마의 이름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며 그의 어두운 힘의 한 면을 담고 있다. 중세 페르시아어로 그는 에슘 또는 케슘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이슈만, 세슴, 헤슘, 하쉠과 같은 다른 변형들이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그의 별칭은 그의 본성을 보여준다. ‘피의 철퇴’라는 별칭은 그의 잔혹한 힘을 반영하고 ‘불운한’ 또는 ‘악의적인’이라는 별칭은 그가 초래하는 파괴를 강조한다. 거짓과의 연관성 또한 분명하며 그가 가는 곳마다 거짓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의 영향력은 조로아스터교를 넘어 유대교 전설에서는 정욕과 분노의 악마 아스모데우스로 등장하며 조지아어와 같은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지아어에서 ‘에슈마키’는 악마를 의미하는데 이는 아에슈마의 영향력이 여러 문화권에 걸쳐 존재함을 보여준다.
아에슈마는 분노의 폭풍처럼 움직이며 그의 존재는 그가 가는 곳마다 혼돈을 불러일으킨다. 분노는 그의 존재를 휘감고 정신을 뒤틀고 폭력으로 마음을 기울게 하는 힘이다. 그의 뒤를 이어 갈등이 이어지고 속삭이던 제안은 격렬한 전투로 변하고 분노의 일순간은 끊임없는 유혈 사태로 부풀어 오른다. 악마조차도 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의 힘은 같은 종족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여 맹목적인 분노로 서로를 대적하게 만든다. 그의 일격은 땅을 갈라놓고 그의 힘은 꺾이지 않으며 그의 몸은 독과 번개에 모두 강하다. 하늘은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오르며 파괴의 그림자가 빛을 가린다. 하지만 절대적인 힘은 없다. 헌신적인 기도는 그의 손아귀를 풀어 그가 풀어놓으려는 혼돈의 물결에 맞서 싸운다.
아에슈마의 존재는 현대 문화 속에도 남아 있으며 그의 본질은 분노의 원초적인 강렬함을 탐구하는 이야기, 상징, 신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그는 문학과 예술에서 억제되지 않는 공격성의 표상으로 파괴를 부추기는 동시에 끊임없는 변화를 향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힘으로 등장한다. 아에슈마 전설의 그림자는 악마학에 나타나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에서 아스모데우스로 진화해 질서의 영원한 적대자로서 그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영화, 책, 게임에서 그의 분노는 등장인물과의 갈등을 형상화하며 혼돈과 통제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