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모두의 삶을 살았던 예언자, 티레시아스
티레시아스(Tiresias 또는 테이레시아스Teiresias))는 님프 카리클로의 아들로 인간 7대를 살만큼 장수한 테베의 예언자였다. 신화적으로 유명한 도시와 분리될 수 없는 그는 카드모스에서 테베에 대항한 일곱 용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삶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티레시아스는 그의 유명한 예지력과 장수를 넘어서는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었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그는 교미하는 암컷 뱀을 죽인 후(또는 떼어논 후) 여자로 변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후 다시 남자로 변했다. 결국 티레시아스는 신들에 의해 눈이 멀었다. 어떤 판본에서는 아테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이고 다른 판본에서는 헤라를 화나게 했기 때문이었다. 티레시아스는 죽은 후에도 중요한 예언자였다. 예를 들어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10년 동안 지하 세계를 방문하여 오래 전에 죽은 티레시아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티레시아스는 여러 가지 유명한 특성이 있었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신으로부터 받은 예언의 재능이었다. 그는 예언적 환상과 점술(새의 노래와 비행을 해석하는 것)을 통해 미래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고대 자료에 따르면 티레시아스는 실명(시력을 잃음)에 대한 보상으로 이러한 능력을 부여 받았다. 티레시아스는 또한 산딸나무나 금으로 만든 특별한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다. 티레시아스는 매우 특이한 삶으로 유명하다. 그는 남자로 태어나 몇 년 동안 여자로 살다가 다시 남자가 되었다. 그는 또한 다른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무려 7세대나 살았다고 한다. 고대 예술에서 티레시아스는 수염을 기른 예언자로 묘사되었으며 종종 지팡이와 다른 종교적 장신구를 가지고 있었다. 잠시 여성으로 산 적이 있지만 고대 예술에서는 결코 그를 여성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티레시아스의 어머니는 여신 아테나에게 헌신한 님프인 카리클로였다. 그의 아버지는 테베 사람 에베스로 카드모스가 테베를 처음 건국하고 신이 그에게 준 용의 이빨을 뿌렸을 때 땅에서 솟아난 전사 종족인 스파르토이족 즉 ‘뿌린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이는 티레시아스가 테베에서 가장 오래되고 존경받는 가문에 속했음을 의미한다.
티레시아스가 테베의 유명한 맹인 예언자가 된 경위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적어도 두 가지는 고대에도 잘 알려져 있었다. 한 신화에서 티레시아스는 어느 날 아테나가 목욕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아테나는 티레시아스가 그녀의 알몸을 보았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그의 눈을 멀게 했다. 티레시아스의 어머니이자 아테나의 시종 중 한 명인 카리클로는 여신에게 소년의 시력을 회복시켜 달라고 간청했다. 아테나는 그럴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시력을 잃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티레시아스에게 여러 가지 귀중한 선물을 주었다. 기원전 3세기경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고대 그리스 시인 칼리마코스는 그의 작품에서 아테나는 티레시아스에게 실명에 대한 보상으로 예언 능력과 보통의 인간을 뛰어넘는 긴 수명, 점술 능력, 마법 지팡이 등을 주었다고 노래했다.
티레시아스가 예언 능력과 긴 수명을 갖게 된 또 다른 신화는 훨씬 더 특이하다. 이 판본도 티레시아스가 숲에서 특이한 광경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두 마리의 뱀이 교미하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티레시아스는 암컷 뱀(또는 어떤 판본에서는 두 마리 모두)을 죽였다. 그 결과 그는 즉시 여성으로 변했다. 그 후로 티레시아스는 얼마 동안 여성으로 살았다(대부분 출처에서 7~8년).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다시 두 마리의 교미하는 뱀을 우연히 발견했다. 일부 출처에 따르면 티레시아스는 수컷 뱀을 죽임으로써 이전의 실수를 만회했다고도 하고 또 다른 출처에서는 전처럼 두 마리를 모두 죽였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티레시아스는 다시 남자가 되었다.
이 놀라운 경험으로 티레시아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제우스와 헤라는 수컷과 암컷 중 누가 섹스에서 더 많은 쾌락을 얻는지에 대해 다투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남성과 여성으로 모두 살았던 티레시아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티레시아스의 대답은 간명했다. 남녀가 성생활 중 얻을 수 있는 쾌락 중 남자는 열의 하나만을, 여자는 열의 아홉을 즐길 수 있다고 답했다. 헤라는 이 답변을 모욕적으로 여겼고 티레시아스를 맹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제우스는 눈이 멀게 된 티레시아스를 불쌍히 여겨 예언 능력을 선물로 주었고 어떤 자료에서는 일곱 세대에 걸친 긴 삶을 주었다고 한다.
티레시아스는 예언자로서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하고 스토리텔링이 많은 도시 중 하나인 테베의 신화에서 항상 등장하는(종종 꺼려하는) 인물이었다. 티레시아스와 테베의 관계는 도시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여러 자료에서 티레시아스는 테베의 창시자인 카드모스에게 예언을 한다. 에우리피데스의 <바쿠스의 여신도들>에서 티레시아스는 나이 든 카드모스와 함께 테베의 젊은 왕인 펜테우스에게 디오니소스의 신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지만 실패했다.
테베 신화에서 티레시아스의 존재감은 여러 세대에 걸쳐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카드모스의 손자 라브다코스의 이름을 딴 테베의 왕들인 라브다키드에게 조언할 만큼 오래 살았다. 예를 들어 한 신화에서 티레시아스는 라브다코스의 아들인 테베의 전 왕인 라이오스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오이디푸스를 도우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교환에 대한 문학적 표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티레시아스가 처음에는 말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그를 압박하자 티레시아스는 화가 나서 오이디푸스 자신도 모르게 라이오스를 죽였다고 암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라이오스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라이오스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 살해 후 라이오스의 아내 요카스타와 결혼했기 때문에 그는 공포에 질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결론을 내려야 했다.
수년 후, 오이디푸스의 아들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테베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었다. 결국 그들은 번갈아 가며 통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에테오클레스는 그의 해가 끝나자 폴리네이케스에게 권력을 넘기지 않았다. 격노한 폴리네이케스는 자신을 포함한 7명의 사령관이 이끄는 군대를 모아 테베를 공격했다. 이 공격은 테베에 대한 7인의 전쟁으로 알려졌다. 이 전쟁 동안 티레시아스는 자신의 예언 능력을 사용하여 테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는 테베의 귀족 크레온의 아들이자 카드모스의 스파르토이의 후손인 메노이케우스가 자신을 희생해야만 테베가 구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메노이케우스는 성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죽었다.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일대일 전투로 전쟁을 종결시키려 했지만 둘 다 죽고 말았다. 전투가 발발했고 결국 테베인들은 테베에 대항하는 소위 일곱 용사 대부분을 죽이고 군대를 패주시켰다.
전쟁이 끝난 후 크레온은 반역자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독수리와 개들이 먹도록 야외에 두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폴리네이케스의 여동생 안티고네는 명령을 어기고 동생을 묻었다. 그녀는 잡혔고 그녀의 반역에 대한 처벌로 크레온은 그녀를 산 채로 묻으라고 명령했다. 다시 한번 티레시아스가 궁전에 나타났다. 그는 크레온에게 명령을 철회하지 않으면 신들이 그의 불경함에 대해 그를 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상대로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은 안티고네(그와 약혼한 여자)가 처형될 때 자살했다.
테베에 대한 7인의 전투가 있은 지 한 세대 후 원래 7인의 사령관의 아들들은 에피고니(문자 그대로 자손)로 알려졌으며 테베를 정복하여 아버지들의 복수를 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테베 군대가 완전히 패배했다. 전투가 끝났을 때 티레시아스는 테베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조언했다. 그는 도시의 항복을 협상한다는 명목으로 에피고니에게 전령을 보내라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테베 사람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테베 사람들은 티레시아스의 조언대로 했다. 티레시아스는 나머지 테베 사람들과 함께 도시에서 도망쳤다. 티레시아스는 틸포사의 샘을 지나가면서 술을 마시기 위해 멈췄다. 그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도시의 건국부터 파괴까지 테베의 신화적 역사를 모두 살았다.
테베의 예언자로서 티레시아스는 다른 여러 테베 신화에도 잠깐 등장했다. 예를 들어 오비디우스의 <변신>에 따르면 테베 근처에 살았던 님프 리리오페는 티레시아스에게 아들 나르키소스가 오래 살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티레시아스의 대답은 신비로웠다. 티레시아스는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태양 아래에서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티레시아스의 의미는 나중에야 분명해졌다. 어느 날 잘생긴 나르키소스는 우연히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물 속의 잘 생긴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란 그는 몸을 떼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그 자리에 뿌리를 박고 있었고 급기야 나르키소스 꽃(수선화)으로 변했다. 티레시아스는 때때로 테베에 뿌리를 둔 영웅 헤라클레스의 탄생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티레시아스는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에서 신격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업적을 예언했다.
그리스 필멸자의 신화가 죽은 후에도 계속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티레시아스는 예외였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을 때 마녀 키르케는 그에게 지하 세계로 가서 티레시아스의 지시를 구하라고 조언했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조언에 따라 지하세계에서 죽은 자들의 그림자 사이에서 티레시아스를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티레시아스는 오디세우스에게 그와 그의 부하들이 곧 트리나키아 섬에 정박할 것이며 그곳에 있는 동안 태양신 헬리오스의 가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티레시아스는 또한 오디세우스에게 포세이돈이 아들 폴리페모스를 눈멀게 한 것에 대해 화가 났으며 이타카로 돌아온 후 이 죄를 속죄하기 위해 또 다른 여정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오디세우스는 어깨에 노를 매고 육로로 여행하여 어느 누구도 바다나 항해에 대해 모르는 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이 그의 노를 키질하는 부채로 착각했을 때 충분히 멀리 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노를 땅에 심고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칠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그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티레시아스는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몇 개의 무덤이나 석비로 기념되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티레시아스가 죽었다고 전해지는 틸포사 샘 근처인 테베에 있다. 근처에는 조류 관찰과 점술의 성지가 있다. 그의 또 다른 무덤은 마케도니아에 있다. 또한 티레시아스와 관련된 신탁이 테베 근처에 있었다. 하지만 보이오티아의 도시 오르코메누스에 끔찍한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신탁의 예언은 끝났다. 그 후로 신들은 신탁을 통해 말하는 것을 멈췄다고 한다. 티레시아스의 딸 만토와 아들 몹소스 역시 예언자가 되었다.
티레시아스의 죽음은 테베가 에피고노이에게 함락된 사건과 관련이 있다. 테베 사람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피난을 가던 그는 아침이 되자 일행과 함께 틸포사라는 샘 근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목이 말랐던 터라 그 물을 마셨는데 물이 너무 차서 죽고 말았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티레시아스는 딸과 함께 도시에 머물렀는데 정복자들은 그들을 포로로 잡아 델포이로 보내 아폴론 신에게 제물로 바치려 했다. 극도로 노쇠했던 티레시아스는 도중에 죽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