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포스팅/세계명작단편소설

(26)
한밤중 유령 소동, 이보다 더 웃플 수는 없다 외투/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1809~1852, 러시아)/1842년 세상의 별의 별 유령은 다 들어봤지만 이런 유령 이야기는 또 처음 들어본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칼린킨 다리 근처에는 관리 옷차림의 유령이 밤마다 나타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외투를 강탈한다는 것이다. 참 특이한 취향의 유령이다. 어쨌든 이 유령은 고양이 가죽 외투건, 담비 가죽 외투건, 솜을 누빈 외투건 상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어떤 외투건 보기만 하면 모조리 벗겨 간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경찰이 유령을 잡았다는 것이다.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사실이다. 더 황당한 것은 잡은 유령을 놓치게 된 사연이다. 유령을 잡은 경찰은 기쁨에 젖어 코담배를 꺼내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려고 했는데 담배 냄새가 너무 독해 오..
사랑 없이는 못사는 여자, 비난만 할 일일까? 귀여운 여인/안톤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 러시아)/1899년 누구를 사랑하지 않고는 단 한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는 야외극장 티볼리의 대표이자 연출감독인 쿠킨이었다. 처음에는 지루한 비로 극장을 열지 못해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그를 동정했지만 그 동정은 점차 사랑으로 변해갔다. 남자들은 그녀를 '귀여운 여인'이라고 불렀다. 아무리 사소한 얘기라도 즐겁게 들어주고 늘 미소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쿠킨과 결혼했고 둘은 행복했다. 쿠킨은 늘 불만, 불평에 성격 또한 음산했다. 그녀는 남편이 된 쿠킨의 이런 성격도 다 이해했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쿠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병영 혁신안이 20년 후 반전이 되지 않으려면 20년 후/오 헨리(O. Henry, 본명 William Sydney Porter, 1862~1910, 미국)/1906년 '칵테일 사랑'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마음 울적 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다. 20년 전 노래지만 요즘도 가끔 흥얼거리곤 한다. 이런 노래라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나 가장 슬펐던 시절에 들었으리라. 병아리(이등병) 딱지를 떼고 군대 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응해 가던 1994년 봄. 하루 일과가 끝나면 부대 방송을 통해 흘러 나왔던 노래가 바로 '칵테일 사랑'이었다. 많은 남성들이 군대 생활을 돌이켜보면 훈련보다 괴로운 시간이 개인정비시간(자유시간)일 것이다. 이 시간에 얼차려나 구타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근무했던 부대에는 구타가 존재하지 않..
연인의 은밀한 만남에 분노한 이유 밀회/이반 투르게네프(Ivan Sergeevich Turgenev, 1818~1883, 러시아)/1860년 아득한 옛날, 사산 왕조의 샤리야르 왕은 세상의 모든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은 엉뚱한 곳에서 찾아오고 말았다. 어느 날 샤리야르 왕은 부인이 흑인 노예와 은밀하게 만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게다가 샤리야르 왕의 부인은 흑인 노예와 온갖 음탕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분노한 샤리야르 왕은 아내와 흑인 노예를 처참하게 죽이고 그날 이후 여자에 대한 분노에 휩싸여 살게 되었다. 매일 밤 여자를 침실로 들이고는 날이 새기 전 죽이는 일을 반복했다. 이 죽음의 굿판을 멈추게 한 것은 다름아닌 샤라자드(세헤라자데라고도 함)라고 하는 사산 왕조 대신의 딸이었..
루신과 프로스트의 '길'을 통해 본 희망의 본질 고향/루신(魯迅, 1881~1936, 중국)/1921년 고향의 이미지는 흡사 어머니를 떠올린다. 생명의 근원이면서 끝없는 회귀 본능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고향은 늘 그립고 애틋하다. 오죽했으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이나 호마망북(胡馬望北)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미물인 여우도 죽을 때면 제 살던 언덕으로 머리를 둔다고 하고, 호나라의 말도 호나라에서 북풍이 불어올 때마다 그리움에 북쪽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하물며 미물인 여우나 말도 이럴진대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평생을 외지에 떠돌다가도 나이가 들고 죽을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것이 인지상정이다. 타향에서 화려한 사후를 맞느니 고향 땅 어딘가에 한 줌의 흙이 되고픈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한편 누구든 태어난 곳이 따로 있지만 누구나 ..
19세기 프랑스에도 된장녀가 있었다 목걸이/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프랑스)/1885년 작년에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 하나가 생각난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남녀 대학생 1,4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 제목이 ‘캠퍼스 된장남 된장녀의 소비와 저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 응답자 중 10%가 캠퍼스 내에서 ‘된장남’, ‘된장녀’로 불린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된장남’, ‘된장녀’ 대학생들의 소비와 저축은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 알바천국에 따르면 ‘된장남녀’ 대학생들의 평균 용돈은 43만 3천원으로 일반 대학생들의 26만 3천원에 비해 17만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된장남녀’ 대학생들의 지출 항목 중 일반 대학생들의 그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 별/알퐁스 도데/1869년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질 정도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8살 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누명을 씌운 계모와 이런 계모의 학대를 방관한 친부. 요즘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울산·칠곡 계모 사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식이 굶주려 죽은 줄도 모르고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는 젊은 아빠, 가출한 중학생 딸을 목검으로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30대 아버지. 언론 보도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천일공노할 아동학대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80% 정도가 친부모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보고된 아동학대는 6,796건으로 이중 친부가 41.1%, 친모가 35.1%였다고 한다...
한자를 몰라 한글 표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억지, 문제는 국어 교육이다 마지막 수업/알퐁스 도데/1871년 '가을 바람에 기후가 평안하신지 문안 알기 바라오며, 뵈온 지 오래되니 섭섭하고 그립사옵니다. 어제 보내주신 편지 받아보니 든든하고 반갑사옵니다' 얼핏 보면 사대부들이 주고받았을 편지 같지만 실은 얼마 전 경매시장에 나와 화제가 된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가 5살 무렵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 편지(아래 사진)라고 한다. 필체야 다섯 살 나이답게 졸필이지만 문장 구사력은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편지를 쓴 정확한 날짜는 없지만 자신을 '원손'이라고 쓴 마지막 부분을 볼 때 최소 1759년 이전 편지로 추정된다. '언문'이라고 해서 양반층 이상에서는 한글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조 편지에서 보듯 기득권층의 한자 사대주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