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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세계명작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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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권리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엘비라 린도(Elvira Lindo, 1962~, 스페인/1994년 스페인 국민들의 축구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대결은 ‘엘 클라시코’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까지 흥분시킨다. 메시와 호날두와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포진해 있는 이유도 있지만 ‘엘 클라시코’가 주목을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독립선포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카탈루냐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이런 카탈루냐인들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로마리우는 바르셀로나 선수야! 지금의 스페인은 과거 아라곤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을 기반으로 하..
불심검문, 범죄예방과 인권침해 사이 검문/헤르베르트 말레하(Herbert Malecha, 1927~, 독일)/1955년 경찰에 의해 불심검문을 받았을 때의 그 찜찜함이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특히 그런 불심검문이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등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쏠리는 수많은 타인의 눈들은 굴욕감마저 준다. 그렇다고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기껏해야 항의하는 수준에서 끝날 뿐 결국에는 불심검문에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범죄자 얼굴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인상마저 범상치 않다면 경찰에 의한 불심검문은 일상의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실제 수배자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될까? 헤르베르트 말레하의 소설 은 세상 속으로 나온 어느 수배자의 심리가 무장해제..
국가는 저항의 냄새만 쫓는 마약견인가 저항의 냄새/압듈 아지즈 가르몰(Abdel Aziz Gharmoul, 1952~, 알제리) 대통령 비판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제격인 때가 있었다. 대통령도 기꺼이 동의했다. 바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서민들의 노곤한 일상을 해소해주는 안주거리가 대통령 비판이었다. 언론조차도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걸로 처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만들어 노 대통령을 향해 ‘노가리’, ‘육시럴 놈’ 등의 육두문자를 써가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 연극 객석에는 박장대소하며 노 대통령 비난을 즐기던 박근혜 대통령도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 풍자 특히 대통령 풍자는 처벌의 대상으로 돌변했다..
이 여자 이 남자가 옛사랑을 만났을 때 철 늦은 국화(만국, 晩菊)/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 1903~1951)/1948년 한 여자가 있다. 옛사랑으로부터 일 년 만에 전화를 받은 여자는 서둘러 목욕을 한다. 탕 속에 들어가고 나오기를 되풀이한다. 냉장고 얼음을 잘게 깨서 가제에 싼 뒤 거울 앞에서 서서 골고루 마사지를 한다. 피부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굴이 빨갛게 된다. 정종을 다섯 잔 정도 단숨에 마신다. 희미하게 취기가 오르면 눈 밑이 붉게 물들고 커다란 눈이 촉촉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양치질을 해서 술 냄새를 없앤다. 푸른빛이 도는 화장을 하고 글리세린으로 갠 크림을 바른다. 립스틱만은 고급스러운 것으로 골라 짙게 바른다. 로션을 손등에 바르고 향수는 달콤한 향이 나는 것으로 어깨와 두 팔뚝에 바른다. 여전히 한 남자의 여자이고..
사람을 살린 늙은 예술 낙오자의 마지막 걸작 마지막 잎새/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 오 헨리O.Henry는 필명, 1862~1910, 미국)/1907년 망상 분열증으로 10년 동안 고통을 받아왔던 네팔의 한 기자가 예술치료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예술가로 재기해 화제다. 그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때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정말 그림으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실제로 국내 한 의과대학에는 미술치료학과까지 개설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미술 활동을 통해 병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미술치료가 대체의학으로써 각광을 받고 있다. 미술치료는 소아 정신질환의 경우 직접적인 치료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약물치료와 심리프로그램을 병행해서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해 치유를 돕는 보조 요..
이 남자가 젊은 여자에 집착하는 이유 소녀병/다야마 가타이(田山花袋, 1871~1930, 일본)/1907년 한 남자가 있다. 생긴 걸로 치면 볼품 없을 정도가 아닌 오싹할 정도로 형편없다. 나이는 어림잡아 서른일곱 여덟 정도이고, 새우등에 들창코, 뻐드렁니, 거무스름한 구렛나룻이 얼굴의 반을 덥수룩하게 덮고 있어 언뜻 보면 무서운 생김새다. 그러니 젊은 여자들이 낮 시간에 마주쳐도 오싹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게 눈은 온화하고 성격은 상냥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남자의 독특한 취향? 나쁜 버릇? 이 남자의 이름은 스기다 고죠로 젊은 시절 꽤 이름있는 소설가였다. 서른일곱이 된 오늘날에는 별 볼일 없는 잡지사의 직원이 되어 보잘 것 없는 잡지 교정이나 하고 있지만 한 때는 대중의 박수..
유기견을 사랑한 이 여인, 참 아름답다 꾸사까/레오니드 안드레예프(Leonid Nikolayevich Andreyev, 1871~1919, 러시아)/1901년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열광한 나머지 그녀의 내면에는 터럭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외모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뭇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이효리의 최근 근황을 보면 아직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버려진 애완동물들을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채식주의자인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그렇다고 동물 사랑이 이 정도일 줄이야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이효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한 유기견을 안고 활짝 웃는 모습을 공개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붉게 드러난..
이 남자의 코가 계륵이 된 사연 코/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 일본)/1916년 후한의 승상 조조는 한중 땅을 차지하기 위해 촉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지만 진척이 없자 진퇴를 놓고 고민했다. 부하 장수가 암호를 정해달라고 하자 조조는 '계륵'이라고 정해주었다. 부하 중 양수만이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퇴각을 준비했다. 양수가 알아차린 조조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조조는 한중 땅이 포기하기는 아깝지만 그렇다고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차지할만큼 대단한 땅이 아니었던 것이다. 양수는 '계륵'에서 조조의 이런 속마음을 알아낸 것이다. '계륵'은 '닭의 갈비'를 말한다. 먹을 것도 없어 그냥 버리자니 갈비 사이에 붙은 살이 있어 아까운 것이 바로 '계륵'이다. 조조에게는 한중 땅이 바로 '계륵'이었던 것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