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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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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 이전에 엔키와 닌후르삭이 있었다 누구나 ’낙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에덴 동산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에덴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다. 그곳의 삶이 어떤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성경 속 또는 히브리 신화 속 에덴 동산의 원형이 메소포타미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수메르 신화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에덴’의 어원이 수메르어에서 황무지나 땅을 의미하는 에디누Edinu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수메르 신화 중에 ‘엔키(Enki)와 닌후르삭(Ninhursag) 신화’가 있는데 신화학자들은 바로 이 신화가 히브리의 에덴 동산 신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엔키는 메소포타미아의 주요 창조신 중의 한 명이다. 수메르 최고의 신이자 하늘의 신..
가이아의 지칠 줄 모르는 생산력과 음모 그리스 신화▶한파가 한풀 꺾였는지 한낮의 햇빛이 그렇게 포근할 수 없다. 지난 한 주 우리나라도 꽁꽁 얼어붙었지만 북미 대륙은 그야말로 살인 한파였다고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었다고 하니 할 말 다했다. 최근의 이상기온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빙이 감소해 해빙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열과 대기파동이 성층권의 온도를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성층권에서 냉기를 가두는 극소용돌이 편서풍의 힘이 약해지면서 방출된 냉기로 이상한파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이상 기후 때문에 40년 전 발표된 '가이아 이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가이아 이론'이란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지구 한 쪽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쪽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더불어 언..
헤카테, 고대인들의 월식에 대한 생각 그리스 신화▶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영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에서 마녀들이 주인공 맥베스에게 헛된 욕망을 심어주기 위해 모의하고 있는 장면이다. "지금 즉시 출발하여 지옥의 아케론강 동굴로 가서 새벽녘에 만나자. 맥베스는 그곳으로 자기의 운명을 알아보러 올 것이다. 너희들의 마술과 도구를 준비해 두어라. 주문과 그밖의 모든 것도 함께. 나는 공중으로 날아가마. 오늘 밤에는 가동할 치명적인 일을 저질러야겠다. 큰일은 오전 안에 끝마쳐야 한다. 저 달 한구석에는 수증기 같은 물 한방울이 괴어 있는데,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것을 받아서 마법으로 증류시키면 이상스런 정령들이 나타나고, 그 환영의 힘에 끌려 그놈은 파멸하고 말 것이다. 그는 운명을 차버리고 죽음을..
페르세포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그리스 신화▶몇년 전이었을 것이다. 배우 이준기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노래를 부르며 한 음료 광고가 있었다. 잘생긴 배우가 나와서 미녀는 다 석류를 좋아한다고 하니 여성들의 손이 해당 음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인들이 석류를 좋아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석류에는 비타민과 여성 호르몬이 풍부해 예로부터 '여성 과일'로 불려지고 있다. 양귀비나 클레오파트라도 미용을 위해 매일 석류를 먹었다고 하니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지 싶다. '여성 과일'로써의 석류의 유명세는 신화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스 신화 속 미인 중 한 명인 페르세포네(Persephone, 로마 신화의 프로세르피나Proserphina)가 석류 때문에 겪은 일은 '여성 과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신비한 과..
카론, 황천길에 노잣돈이 필요한 이유 그리스 신화▶망자가 입는 옷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인생사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동안 이승에서 겪었던 모든 행복과 불행을 정리한 마당에 뭔가를 담아 갈 수 있는 호주머니가 있다는 것은 이승에의 미련을 의미할 것이다. 대신 화장이 대세인 요즘에는 쉽게 볼 수 없지만 상여에는 돈을 꽂아놓곤 했다. 이 돈을 노잣돈이라고 한다. 저승 갈 차비인 셈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서양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는가 보다. 망자의 입에 동전을 물리는 것으로 노잣돈을 대신했다고 한다. 저승의 강에서 망자들을 나르는 뱃사공에게 줄 배삯이라고 한다. 그 뱃사공이 바로 카론(Charon)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이 죽으면 아케론(슬픔의 강), 코키투스(탄식의 강), 플레게톤(불의 강), 레테(망각의 강), 스틱스(..
아스칼라포스, 고자질의 댓가는? 그리스 신화▶어릴 적 으스름한 저녁녘에 부엉이를 본 적이 있다. 어릴 적 으스름한 저녁녘에 올빼미를 본 적이 있다. 부엉이도 보았고 올빼미도 보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것이 부엉이고 어떤 것이 올빼미였을까 궁금하다. 동네 형들이 그냥 부엉이라고 해서 부엉이인 줄 알았고 올빼미라고 해서 올빼미인 줄 알았다. 그래서 찾아보니 부엉이와 올빼미 모두 영어 표현이 'Owl'이란다. 참 신기할 노릇이다. 분명 어릴 적 둘 다 본 적이 있는데 이제는 어느 것 하나 결코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찾아보니 부엉이는 귀깃이 있고 올빼미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헛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어릴 적 듣던 부엉이는 길조였던 것 같다. 재물을 가져다 준다나. 반면 올빼미는 아이들 눈을 파먹고 산다느니 해서 약간..
스틱스, 약속 함부로 하지 마라 그리스 신화▶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사람이 죽으면 아케론(Acheron, 슬픔의 강), 코키투스(Cocytus, 탄식의 강), 플레게톤(Phlegethon, 불의 강), 레테(Lethe, 망각의 강), 스틱스(Styx, 죽음의 강)라는 다섯 개의 강을 차례로 건너야 비로소 저승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다섯 개의 강을 건너는 의식은 이승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스틱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스틱스는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3000명의 딸들 중 첫째다. 스틱스는 티탄 신족의 팔라스와 결혼해 니케(승리), 크라토스(힘), 비아(폭력), 젤로스(질투) 등 개념이 의인화된 신을 낳았다. 다른 설에 의하면 스틱스는 밤의 신 닉스와 어둠의 신 에레보스의 딸로 페이라..
닉스와 에레보스, 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그리스 신화▶그리스 신화에서 밤의 여신 닉스(Nyx)와 어둠의 신 에레보스(Erebus)는 각각 밤과 어둠을 의인화한 개념이다.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 B.C 7세기경)의 에 따르면 닉스와 에레보스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카오스로부터 생겨났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에로스와 함께. "맨 처음 생긴 것은 카오스고 그 다음이 눈 덮인 올륌포스의 봉우리들에 사시는 모든 불사신들의 영원토록 안전한 거처인 넓은 가슴의 가이아와[길이 넓은 가이아의 멀고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라와] 불사신들 가운데 가장 잘생긴 에로스였으니, 사지를 나른하게 하는 에로스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가슴 속에서 이성과 의도를 제압한다. 카오스에게서 에레보스와 어두운 밤이 생겨나고…" -헤시오도스의 (도서출판 숲)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