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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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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눙가가프; 태초의 황량한 허공 그리스 신화의 카오스(Chaos), 중국 신화의 혼돈(混沌)은 태초의 우주의 모습이다. 즉 인간은 물론 신도 탄생하기 전 세계는 하늘도 땅도 구분이 없었고, 육지와 바다도 구분이 없었다. 그야말로 무질서하고 혼탁함 그 자체였다. 북유럽 신화의 태초의 모습도 별반 차이가 없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태초의 모습을 긴눙가가프(Ginnunggagap)로 표현하는데 황량한 허공을 이르는 말이다. 고대 노르드어로 긴눙가가프는 '하품하는 심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드디어 긴눙가가프, 광막한 허공의 양편에 두 영역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남쪽에는 열기와 불의 영역인 무스펠하임(Muspelheim), 북쪽에는 추위와 얼음의 영역인 니플하임(Niflheim)이었다. 두 영역 사이의 중앙에서는 무스펠하임의 뜨거운 공기와 니플..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엽기의 끝판왕 봄을 알리는 철새 중에 제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3월3일(삼짇날)에 와서 음력 9월9일(중양절)에 강남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즉 수가 겹치는 날에 와서 수가 겹치는 날에 간다고 해서 예로부터 영민한 길조로 여겨왔다. 고전 소설 에도 등장하면서 우리에게는 어떤 조류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새이다. 실제 제비가 겨울을 나는 곳은 대만,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중국 양쯔강 이남을 의미하는 '강남'을 제비의 겨울 서식지로 인식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비가 있다면 유럽인들에게는 나이팅게일이 있다. 제비만큼이나 유럽의 문학작품이나 신화에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특히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새로 유명한데 모든 생명이 잠든 시간인 밤에도 잘 울기 때문에 나..
힐라스, 미인박명한 신화 속 주인공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말이 있다. 미인은 운명이 기구하다거나 팔자가 사납다라는 뜻으로 대개는 '아름다운 여인은 운명이 짧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실제로 그런지 아니면 과학적 근거라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인박명'은 중국 북송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인 소동파(소식蘇軾, 1036~1101)의 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소동파가 지은 시 중에 '자고가인다박명(自古佳人多薄命, 옛부터 아름다운 여인의 운명은 기구한 이가 많다)'에서 유래돼 후에 '미인박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미인박명을 떠올리는 신들이 많이 등장한다. 소동파가 원래 노래했던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대부분 잘생긴 미소년이라는 점만 특이할 뿐.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 빠져 죽은 자리에 수선화로 피어났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