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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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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봄' 그리고 우리의 '봄' 저녁 출근길 촉촉이 젖은 길가에 흐드러진 벚꽃이 터널을 만들었다. 벚나무 허리 아래로는 개나리가 질세라 노란 빛깔을 연신 뿜어내고 있다. 저만치 목련은 이미 작별 인사를 할 모양인지 고개를 숙인다. 멋없는 자동차들은 벚꽃 터널을 무심하게 씽씽 내달리고 있다. 연신 하늘만 쳐다보며 걷다보니 목이 다 아프다. 이런 나를 노란 달이 벚꽃 사이로 빼꼼이 엿보며 웃고 있다. 아! 드디어 봄이 왔나 보다. 유난히 길었던 올 겨울도 끝내는 봄빛에 길을 내주고 마는구나.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자연의 봄은 왔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았을 뿐이다. 4년이 그랬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마음의 봄은 늘 잿빛 꽃으로 물들었다. 봄놀이 간 아이들은 겨울에 갇혔고 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4..
셀레네와 엔디미온,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다 요즘은 V라인이 대세지만 우리 선조들은 보름달 같은 얼굴을 가져야 미인이라고 했다. 보름달이 기울어 초승달이 되면 미인의 눈썹에 비유되곤 했다. 농업이 기반이었던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달은 인간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달력’이나 ‘월력’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선조들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에 맞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했다. 달과 관련된 신화나 설화, 동화 등이 많은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독자들이 흔히 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은 아르테미스로 통한다. 쌍둥이 남매인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니 아르테미스가 달의 여신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신화에서 또 한 명의 달의 여신이 바로 셀레네(Se..
에오스와 티토노스, 외모 때문에 사랑을 버리다 중국 최초의 달 탐사 위성인 상아(嫦娥, 중국명은 ‘창어’)에는 불로장생이라는 인류의 꿈이 담긴 신화가 전한다. 어느 날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나타났다. 바닷물은 말라붙고 곡식은 다 타들어 갔다. 백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 때 신궁으로 유명한 후예가 나타나 하나의 태양만 남기고 9개의 태양은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 후예는 백성들의 영웅이 되었고 상아라는 여인을 만나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어느 날 후예는 곤륜산에 갔다가 서왕모를 만나 먹으면 신선이 되어 영원히 살 수 있는 불사약을 얻었다. 후예는 이 불사약을 부인인 상아에게 맡겼으나 제자 봉몽이 이 사실을 알고는 후예가 없을 때마다 상아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잘 보관하라고 했던 불사약을 봉몽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