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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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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7시간 추적자들/박주민 외 씀/북콤마 펴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있던 날 이정미 권한 대행이 탄핵 선고 결정 요지문을 읽는 동안 20분이 20년처럼 느껴지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특히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발표에 허탈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법적으로는 그렇다 치지만 국민 법감정으로는 가장 큰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사유로 인해 헌법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이 확정되긴 했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가장 중대한 탄핵 사유로 인식하고 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헌법 재판소는 의미있는 보충의견을 남겼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생명권 보호의무..
헤로와 레안드로스, 세계적인 시인을 감동시킨 러브 스토리 사랑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공존해 왔던 가장 보편적인 성정이다. 앞으로도 사랑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결코 희석되거나 소멸되지 않을 몇 안 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남녀간의 사랑은 수많은 예술 장르의 주제가 되고 있다. 처럼 비극적인 사랑도 있고, 우리 소설 처럼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도 있다. 특히 신화 속의 남녀간 사랑은 많은 작가나 화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 입구를 지키는 작은 섬 안의 크즈탑에도 신화 속 사랑, 그 중에서도 가슴 시리도록 슬픈 러브 스토리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레안드로스의 탑’이라고도 한단다. 레안드로스(Leandros 또는 Leander, 리앤더 또는 레안더라고도 ..
코요테가 은하수를 만들었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20명이 넘는 여신들로부터 수많은 자식들을 낳은 것으로 볼 때 현실과 신화를 통틀어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아테나, 아폴론, 헤파이스토스, 헤르메스 등 이후 헤아릴 수 없는 신들이 모두 어미만 다른 제우스의 자식이었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여신에서 그치지 않았다. 인간이었던 알크메네까지 유혹해 그 유명한 헤라클레스를 낳았다. 제우스의 바람기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으니 정실 부인이었던 헤라의 심정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헤라가 신화 속에서 괜히 악처가 아니었다. 어쨌든 제우스의 아내이자 최고의 여신인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예뻐 보일 리 없었다. 제우스 또한 헤라클레스에 대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탓에 다른 신들처럼 영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할 ..
오이디푸스 왕과 박근혜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B.C 406, 그리스) 지음/황문수 옮김/범우사 펴냄 2017년 3월10일은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될 것이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이 말한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되었다. 촛불 민심의 승리라고들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박근혜 탄핵은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었다. 대통령도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탄핵될 수 있다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적인 사건임을 부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사저로 ..
페르딕스, 자고새가 된 발명 천재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54, 영국)이라는 천재 수학자가 있었다. 튜링은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이던 1937년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윈리를 구현한 ‘튜링기계’라는 연산장치를 고안해 냈다. 뿐만 아니라 튜링은 2차 세계대전의 전황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독일 나치의 암호기계 ‘이니그마’ 해독에 나서 ‘튜링붐베’라는 암호해독기를 개발해 독일군 잠수함 부대의 이동경로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천재의 말로는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집에 도둑이 든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튜링이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것이다. 튜링은 성 문란 혐의로 기소되었고 법원에서 화학적 거세 판결을 받고 대학에서 쫓겨난 뒤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애플사의 ..
서왕모가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 어릴 적 코미디 프로 중에 ‘김 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이란 유행어가 있었다. '동방삭' 뒤로도 숨을 몇 번이나 헐떡이며 읊을 정도로 긴 글자가 나열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김씨 성에 ‘수한무’로 시작되는 어느 양반 자제의 이름이었다. 집안 내력이 오래 살지 못한 탓에 무병장수 하라는 의미로 지어준 이름인데 오래 산다는 동식물은 죄다 끌어모아 이름에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삼천갑자동방삭’은 무병장수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이름에 넣었을까? 삼천갑자면 60년의 3천배이니 18만년이 된다. 18만년간 살았다는 동방삭 설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품성으로 유명했던 동방삭이 저승사자를 꾀어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인데 서왕모의 반도(먹으면 영생을 누린다는 복숭아)를 훔쳐 먹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