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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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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그 해 여름은 뜨거웠다. 뜨겁다 못해 온통 붉은 색으로 넘쳐났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붉은 색으로 채색이 되었다. 그 붉은 색은 다가올 더위마저 무색하게 할 뜨거운 함성을 담고 있었다. 2002한일월드컵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거대한 축제였다. 당시만 해도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는 지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응원단의 상징이 되었다. 단순히 소원이던 월드컵 개최의 꿈이 이루어져서 뜨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또 다른 소망과 바람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그 꿈은 월드컵 첫 승이었다. 간절함이 하늘을 감동시켰던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이라는 생애 다시 못볼(?) 드라마를 직접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뒤돌아보지마" 소아과 의사 크리스는 큐레이터인 아내 애니와 아들 얀 그리고 딸 마리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 부부는 얀과 마리를 교통사고로 잃게 되고 아내는 자식을 잃은 고통과 자책감에 남편 크리스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크리스는 아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이혼에 합의하지만 4년 뒤 자신마저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비록 육체는 세상을 떠났지만 크리스의 영혼은 자식과 남편을 잃은 고통에 시름하는 애니를 떠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게 된다. 급기야 아내 애니마저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써 남편을 따르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저승에서 다시 남편을 만날 수 있을거라 믿었던 애니의 생각은 틀리고 말았다. 자살하는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애니는 지옥으로 가게 되고 이 부..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된 피라모스와 티스베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은 전세계인이 다 아는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영국)의 대표작 중에 하나다. 몬터규 가문과 캐풀럿 가문은 오랫동안 앙숙 관계였다. 하지만 몬터규 가문의 후계자 로미오는 친구에게 이끌려 변장한 채 참석하게 된 캐풀럿 집안의 무도회에서 캐풀럿 가문의 외동딸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줄리엣도 마찬가지였고 두 사람은 열렬한 사랑을 나눈 뒤 이틀 후에 결혼식까지 올린다. 캐풀럿 가문에서는 줄리엣을 패리스 백작과 결혼시키려 하고 줄리엣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로런스 신부와 상의해 이틀 가량 가사 상태에 빠지게 되는 수면제를 복용한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로미오는 줄리엣의 죽음을 알게 되고 줄리엣 옆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는다. 얼..
수이전, 여왕을 사모했던 말단관리의 운명은? 수이전/작자 미상(신라 시대로 추정, 57~935년)/이대형 편역/소명출판 펴냄 나무 목[木]자 둘을 합치면 수풀 림[林]자가 된다는 것은 한자 문외한이 아닌 이상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물 수[水]자 셋을 합치면 어떤 글자가 될까? 아니 그런 한자가 있기나 할까? 나무가 둘 모여 수풀을 이루니 물이 셋 모이면 어떤 의미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묘[淼]자란다. 수면이 아득할 정도로 '물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궁궐 전각에는 화재예방을 위해 수[水]자를 새긴 육각형 은판을 봉안했다고 한다. 물론 '드므'라는 커다란 물항아리를 건물 곳곳에 배치했다고는 하나 건축물 대부분이 나무로 지어져서 한 번 불이 나면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주술적 힘이라..
아폴론과 히아킨토스, 너를 영원히 기억할께 히아신스라는 꽃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 낯설어서 그렇지 동네 꽃집을 지나치다 보면 한번쯤 보았을 그런 꽃일 수도 있다. 마치 수국처럼 보라색의 작은 꽃잎이 대여섯 장씩 붙어 있는 꽃이 히아신스이다. 때로는 투명 유리컵에 꽂아 놓아 물밑으로 보이는 하얀 수염뿌리가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꽃이 그렇듯이 히아신스도 꽃말이 있는데 '기억'이라고 한다. 히아신스의 꽃말이 '기억'이 된 데는 그리스 신화 속 히아킨토스Hyakintos라는 청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은 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난다. 다프네와의 사랑이 그랬고, 카산드라와의 사랑이 그랬다. 요정이나 공주와의 사랑조차도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거늘 사내와의 사랑은 오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