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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신경숙, "표절 지적, 맞다는 생각" 인정일까 변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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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씨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편소설 <전설>의 표절 파문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소설을 작품 목록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신경숙씨는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다. 아울러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또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응준 작가를 비롯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라며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라는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며 절필 선언에는 반대했다.

 

처음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와 비교하면 진일보한 입장 표명이지만 독자로서 느끼는 어딘가 씁쓸한 뒤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여전히 표절 인정보다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변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두 소설이 비슷하다는데 <우국>을 안 읽어봤냐는 질문에 신경숙씨는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봐도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어요. 어떤 작품을 반쯤 읽다 말고 이건 전에 읽었던 작품이구나 하는 식이니까. 이번에 내 소설과 유사하다는 문장만 보는데도 죽을 것 같았어요."라며 여전히 표절이라기보다는 제기된 문장의 유사성이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작가 신경숙 

 

<전설> 이외에도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 <엄마를 부탁해>, <어디에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의 표절 의혹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어디에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대해서는 "<생의 한가운데>를 중학교 다닐 때 읽기는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소설을 읽다보면 어머 어쩌면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동서고금을 떠나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구나. 반가운 기분마저 들어요."라며 피해갔다.

 

신경숙씨는 평소에도 필사가 글쓰기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설> 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들까지 무더기로 표절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무의식적으로 외워진 문장을 자신의 문장으로 오인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경숙씨는 "어떤 소설을 쓰면 그것은 온전히 그 사람만의 생각인가요? 내가 태어나서 엄마를 만나는 순간부터 엄마는 내 안에 들어와서 말과 행동에 영향을 주잖아요. 인간이 겪는 일들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은데 내가 쓰면 어떻게 다르게 보일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내 글쓰기였어요."라며 끊임없는 필사로 인한 오인 가능성을 부인했다.

 

독자들이 문학 작품을 접하고 때로는 작가에 열광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독창성 때문이다. 신경숙씨 말대로 결코 다르지 않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그의 글쓰기였다지만 독자들이 읽을 때 결코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면 독자들은 그 작품을 읽을만한 어떠한 이유도 갖지 못할 것이다. 독자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표절의 정의를 떠나서 말이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직접 베끼지 않았더라도 독자들이 읽었을 때 두 작품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면 표절이냐 아니냐를 떠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구차한 변명이 표절보다 더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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