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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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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도널드 발렛·제임스 스틸 지음/이찬 옮김/어마마마 펴냄

 

양적, 질적으로 건강한 중산층은 오랫동안 그 국가의 건강성을 체크하는 척도로서 작용해왔다. 한때 그러한 중산층의 희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는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여유로운 중산층의 꿈을 이룬 사람들의 신화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아직도 수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하루하루 땀을 흘리는 이유도 바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 곳곳의 현실은 어떤가?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바닥난 연금과 그로 인한 연금의 축소, 줄줄 새는 세금, 오프쇼링과 아웃소싱으로 인한 자국 내 일자리 감소, 국가 재정의 사적 이익 추구, 이러한 것들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는 현대 신자유주의 국가의 일반적인 자화상이 된 지 오래이다. 저널리스트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탐사보도팀을 이끌고 있는 이 책의 저자들, 도널드 발렛과 제임스 스틸은 미국에서 중산층의 꿈인 ‘아메리칸 드림’이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추적하였다.

 

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

 

그렇다면 왜 이런 지경이 되었는가? 저자들은 서문의 첫머리에서 “권력을 가진 소수는 스스로를 살찌우면서도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중산층의 생존 기반은 허물어뜨리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그 이유를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또한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지배층의 탐욕은 수많은 미국인을 소득 감소, 만성적인 고용 불안, 점점 빈약해지는 은퇴 후 생계 대책에 시달리게 했으며, 수백만 명이 직장을 잃고, 또 다른 수많은 이들이 집을 잃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즉 대기업들과 월스트리트 및 워싱턴 정계 등 권력을 가진 소수 지배층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국가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로 중산층이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에 의하면, 미국에서 중산층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일자리와 훌륭한 복지, 그리고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것은 “부자가 되는 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기회는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예전의 중산층이었던 그들은 “공과금을 낼 수 있을지”, “아이들은 대학에나 보낼 수 있을지”, “영원히 일만 해야 되는 건 아닌지”를 걱정하게 되었다. 저자들은 중산층의 붕괴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국가의 배신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일들이 먼 나라 미국만의 이야기로 읽히진 않는다. 여전히 쌍용차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을 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 거리뿐 아니라 인근의 25미터 높이 옥외 전광판 위에서 한 달 넘게 엄동설한의 추위와 싸우고 있으며,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을 시작으로 사학연금 및 군인연금 등 노후 복지는 줄줄이 축소될 수순을 밟게 될 예정이고, 의료 민영화로 일반 국민들의 의료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처지에 놓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잘못된 국가 정책으로 인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낭비한 ‘4자방’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한편으로, 국가의 불평등과 부의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추천사에서 “한국은 경제성장의 혜택이 가계소득으로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 정도가 세계에서 가장 심할”뿐더러 “소득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면서,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불평등은 대대적인 정책 수술을 통해 고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이 책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극소수 지배층의 탐욕스런 국가 정책으로 인해 중산층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다시 바꿀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아메리칸 드림’은 배반당했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1%에게 세금을 공정하게 더 많이 거두고, 1%가 정의롭고 철저하게 법을 지키도록 한다면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것은 결코 미국에만 유효한 해법은 아니다. 바로 ‘코리안 드림’을 다시 살려내는 길이기도 하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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