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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착하고 순진하면 바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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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규직이 과보호 받고 있다는 최경환 경제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현재 우리 기업의 행태가 비정상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은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20년간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750조 원 가까이 쌓였지만 그 기간 동안 월급쟁이들의 실질임금인상률은 제로에 가깝다며 진짜 과보호 되고 있는 존재는 노동자가 아니라 재벌 대기업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경제정책이 실패할 때마다 노동자 책임론을 들고 나왔던 보수정권의 전형적인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60세가 정년이지만 정규직의 경우에도 근속연수가 8.28년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월급 주느라 투자 못한다는 것은 근거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을 이런 식으로 실천(?)하려는 모양이다. 정규직을 때려서 울고 있는 비정규직에게 상대적 박탈감이라도 덜어주려는 것일까? 한심하고 답답할 뿐이다. 착하고 순진한 국민들에게 정부는 또 한 번 허리띠를 졸라 매라고 강요하고 있다. 더 이상 졸라 맬 허리도 없거니와 지난 수 십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착하고 순진한 국민들을 바보로 이용해 먹는 꼴이다. 기업들이 고객들을 '호갱님'으로 만들고 있다더니 정부에게 국민들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묵묵히 따라주는 '호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사진> 구글 검색 

 

훔쳐낸 고기 조각을 주둥이에 물고 까마귀가 나무에 앉았습니다. 이를 본 여우가 고기를 챙겨야겠다고 작정했습니다. 나무 밑에 가서 아름다운 큰 새라고 까마귀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응당 새 중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지요. 또 고운 목소리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왕이 되었을 터이라고 했습니다. 까마귀는 고운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그만 고기를 떨어뜨리고 까악까악거렸습니다. 여우는 달려가 고기를 챙기고는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좋은 자격에다 머리마저 좋아면 이상적인 왕이 되는 것인데." -민음사 <이솝 우화집> 중에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 '산업역군'으로 미화되었던 노동자. 

 

여우의 영리한 꾀를 배워야 한다느니 까마귀처럼 바보스럽고 멍청하면 제 것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교과서적 교훈이 못내 씁쓸한 요즘이다. 대선 기간 약속했던 공약들을 철회하면서도 한마디 사과도 없다. 다만 경제가 어려우니 또 한 번 희생해 달라는 것 뿐이다. 이 땅의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경제 위기를 촉발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정부는 경제 위기를 빌미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편가르기 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다. 어쩌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통치 방식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만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한 번의 오판은 눈감아줄 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인내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권위주의 시절 산업역군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만을 강요당했다. 착하고 순진한 노동자들은 국가를 위해서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만 했다. 이런 믿음에 까마귀처럼 입에 문 고기가 떨어지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수십 년을 견뎌왔지만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고 되레 나락으로 나락으로 추락만 거듭하고 있다. 여우는 어딘가에서 떨어진 고기를 배불리 먹고 여유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니 그러고 있을 터이다.  순진하고 착한 국민들 더 이상 바보로 만들지 말지어다. 평소 묵묵히 자기 일에만 열중하고 침묵하고 있던 사람이 폭발하면 더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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