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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책 소개>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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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이순신 지음/박지숙 엮음/보물창고 펴냄

 

영화 '명량'이 연일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전국이 온통 이순신 열풍과 신드롬에 휩싸여 있지만 나는 여태 '명량'을 보지 못했다. 천편일률적으로 행해지는 유행에 대한 반감이 가져온 참극(?)이다. '명량'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개는 이순신 리더십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 같다. 하기야 세월호 정국을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만 있을 뿐 광복절 기념사에서 단 한 줄의 세월호 관련 발언도 하지 않은 대통령을 대신해 먼 이국 땅에서 온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있으니 이보다 불행한 시대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행복이라는 말이 낯선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웃을 일을 찾는 것보다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는 게 더 수월해 보이기도 한다.  지도자의 존재 이유가 혼란스러운 이 때 극장에서 부는 '명량' 열풍은 불행에 익숙해진 이 시대 민초들의 응집된 분노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난중일기> 

 

지난 6월 18일,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국보 제76호 『난중일기(亂中日記)』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난중일기』는 7년이나 되는 짧지 않은 전쟁 동안 최고 지휘관이 전투 상황과 개인적인 감정을 매일, 직접 기록했다는 점에서 세계 역사적으로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해전을 연구하기 위한 사료로는 유일하며,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문장에는 용맹한 장수다운 힘 있는 필체가 녹아 있어 예술적인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난중일기』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순신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이며 소중한 문화재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것만큼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독자들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여러 판본들 중에서 ‘진짜 『난중일기』’를 고르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러 판본들은 저마다 ‘완역’을 내세우며 번역에 가장 충실했음을 자신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각기 다른 역자에 의해 여러 차례 번역되어 전해지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혼재되었다. 이에 보물창고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난중일기』를 출간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데다가 수많은 판본들에 혼재되어 있는 일부 오류를 바로잡았기에 독자들에게 믿음을 줌과 동시에 혼란을 덜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이다. -출판사 제공 서평 중에서-

비록 정통성 없는 독재자들에 의해 지나치게 영웅화된 면도 없지는 않지만 역사상 이순신만큼 뛰어났던 지도자를 찾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의 애민적·애국적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 바로 이순신의 개인 일기였던 <난중일기>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어릴 적부터 교과서나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난중일기> 한번쯤은 다 접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난중일기> 속 몇몇 내용을 <난중일기> 전체 내용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런 독자 중의 한 명이다. 입시 위주 교육이 가져다준 대표적인 폐해 중에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만큼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 독자들은 <난중일기> 전문을 읽어볼 만큼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디 <난중일기> 뿐이겠는가!

 

평생 동안 꼭 한 번쯤은 이순신 전기문을 읽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필독서로 꼽히는 『난중일기』는 이순신 전기문만큼 많이 읽히지 않는다. 수많은 인물과 관직의 이름, 지명 등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한두 줄의 일기 속에서 재미를 찾기도 전에 따분함을 먼저 느끼기 때문이다.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하면 『난중일기』는 ‘단편적인 문장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날그날의 일기에 역사적 배경 설명까지 곁들인 ‘친절한 『난중일기』’는 없을까?보물창고에서 출간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난중일기』가 바로 그런 ‘친절한 『난중일기』’이다. 원래 『난중일기』는 임진왜란이 시작된 1592년부터 시작되지만, 보물창고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의 어린 시절부터 임진왜란이 시작되기까지의 일화들과 일기에 나타나 있지 않은 주요 사건들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삽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한편 읽는 재미를 더했다. 게다가 제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지숙 작가가 역사적 고증을 거친 뒤 문학적 향기를 불어넣어 재구성한 이야기이기에 역사적 · 문학적으로 믿고 읽을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서평 중에서-


역사 동화라고 해서 꼭 어린이나 청소년들만 읽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어려운 옛 말의 사용으로 완독하지 못했거나 읽다가 흥미를 읽어버린 독자들이라면 오히려 동화나 만화가 더 적절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즉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성인들에게도 '인간 이순신'이나  '장수 이순신'의 면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책이지 싶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조직에 속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조직 안에서 각자의 위치와 역할이 주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잘못된 리더십으로 인해 조직이 와해되거나 서로를 불신하는 모습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두가 바라고 모두가 존경하는 좋은 리더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일까.“장수들은 살 생각을 하지 마라.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기면, 즉시 군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난중일기』에는 ‘장군’ 이순신의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모습이 곳곳에 배어 있다. 긴급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부하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독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리더이며 수세기에 걸쳐 모두의 존경을 받는 진정한 위인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부하들을 살뜰하게 챙기며 백성들을 걱정하는 모습, 늘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에 대한 넘치는 사랑, 조정에 대한 불만과 기회만 있으면 자신을 헐뜯는 원균에 대한 원망 등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부분들이 바로 그것이다. 성웅(聖雄)이며 장군이기에 앞서 이순신 역시 따뜻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람으로서, 리더로서 갖춰야 할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는 이순신의 모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모습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출판사 제공 서평 중에서-

 

무릇 지도자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지당한 얘기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 지도자는 그리 흔치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흔치 않았던 인물을 만나는 것도 행복이거니와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혼란과 분열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단초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방한 중인 교황은 오늘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복식에도 세월호 유가족을 대거 초청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100일 넘도록 정치적으로 소외받아온 유가족들에게는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이다. 한편 낮은 데로 임하는 교황의 이런 행보는 우리 사회 특히 정치 지도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만천하에 여지없이 드러내 주고 있다. 정작 이순신과 교황을 배워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지금 이들은 최근의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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