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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아요, 인민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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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루니' 정대세가 울었다. 축구의 절대지존 브라질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전세계 60억 인구에게 생중계되는 카메라가 정대세를 스쳐지나갔다. 비장한 표정으로 국가를 따라부르는 다른 북한 선수들과 달리 정대세의 얼굴은 온통 눈물 범벅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반도의 남쪽 시민들은 가슴 뭉클함을 감출 수 없었다. 메시나 호나우두가 자신의 국기 앞에서 울었어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아니다. 정대세의 눈물이었기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정대세와의 공감이 있고, 교감이 있었기에 우리는 마음 속으로 같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인민루니의 눈물에 심장이 뛰는 가슴저린 감동을 느꼈을까?

그의 눈물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축구 변방에서 온 정대세의 눈물은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남아공 월드컵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북한은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후 북한은 정치경제적 이유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최근 몇 년에는 북한 축구를 보기 힘들 정도로 세계와는 담을 쌓고 있었다.

그런 북한이 이번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당당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 중 하나로 당당히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게다가 첫 상대는 축구의 대명사 브라질이었다.

정대세에게 이 순간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았겠는가?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한국 대표팀에서 뽑지 않아 북한을 택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사실 여부는 정확이 모르겠다). 축구를 위해서, 축구가 하고 싶어서...정대세의 눈물을 충분히 이해하게 해 주는 일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세계 최강팀 브라질과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특히 40년 이상을 국제축구무대에서 고립무원이 된 북한을 자신의 발로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았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으리라.

차별을 이겨낸 승리의 눈물이었다
알다시피 정대세는 재일교포3세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현재도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재일교포들에 대한 차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재일교포들에게 행해지고 있는 일본인들의 차가운 시선은 차별을 넘어 테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을 지지하는 총련계 재일교포들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횡포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대세는 축구를 위해서 북한을 선택했다. 그가 북한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도 2006년 북한이 일본에게 패한 경기를 보고서였다니 차별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에게 경외감까지 든다. 총련계 학교를 다니면서 평소에도 민족의식이 강했다고 하니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정대세는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던 일본과 함께 꿈의 무대에 나란히 서게 되었다. 재일교포로 살면서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설움이 그 순간 눈물로 분출되지 않았을까?

인민루니여, 그 눈물 산소탱크와 같이 흘려주지 않으련...
정대세는 다른 북한선수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에게는 남과 북이 모두 조국이기 때문이다. 비록 북한 대표로 출전하고 있지만 그는 북한에서 태어나지도 생활하고 있지도 않다. 축구를 위해서 북한을 선택했을 뿐 남과 북 모두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늘 '산소탱크' 박지성을 응원해 준다. 오늘도 한국의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한국의 기적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의 민족의식이 진보할수록 정대세에게는 더 큰 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바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한반도기 아래서 필드를 누비는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물론 현실은 남북이 적대적 관계로 변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됐건 역사는 전진하고 진보하기 때문이다.

상상해 본다.

대형 한반도기가 붉은 악마와 북한 응원단들에 의해 관중석 하단에서 상단으로 펼쳐지면서 아리랑이 연주되기 시작한다. 박지성과 정대세가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남과 북의 두 축구영웅들의 눈에서는 느꺼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 심장을 적신다. 붉은 악마와 북한 응원단도 동참하면서 60억 시청자들의 눈에서도 감동의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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