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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겉 다르고 속 다른 이, 그대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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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사냥꾼

<이솝 우화집> '행동은 말보다 크게 한다'(민음사) 중에서

 

여우 한 마리가 사냥꾼들에게 쫓기고 있었지요. 마침 눈에 띈 나무꾼에게 숨겨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나무꾼은 여우에게 자기 오두막으로 들어가라 일렀습니다.

 

이내 사냥꾼들이 당도하여 여우가 그리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냐고 물었습니다. 나무꾼은 못 보았다고 대답했지만 말하면서 여우가 숨어 있는 쪽으로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냥꾼들은 그의 말을 곧이듣고 암시는 받아들이질 않았습니다.

 

사진>구글 검색

 

사냥꾼들이 떠난 것을 보고 여우는 오두막을 나와 말없이 그 자리를 떴습니다. 나무꾼은 살려준 일에 고맙단 말도 없는 여우를 꾸짖었습니다. 여우가 대꾸했습니다.

"만약 당신의 행동과 사람됨이 당신의 말과 같았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거예요."

 


 

 

조선 개국 공신 중 한 명인 이직(1362~1431)이 남긴 시조가 있다.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쏘냐

겉 희고 속 검은 이가 너뿐인가 하노라

 

어찌 보면 고려 왕조를 배신한 자신에 대한 변명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훗날 사람들은 위선적인 행동을 비판할 때 이 시조를 인용해 왔다. 차라리 속 검은 자가 겉도 검게 행동하면 다행이다. 분노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백로처럼 희고 고고한 자태를 하고 속으로는 온갖 음모와 악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면 상대가 당하기 딱 쉽상이다.

 

겉으로는 백로와 같은 자태를 하고 손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악수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급기야 눈물까지 보인사람이 뒤에서는 자기가 손을 잡았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위정자가 있다.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사람들은 여우처럼 영악하지 못해서 나무꾼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위선을 알아채지 못한다. 백로의 검은 속을 이제야 겨우 조금씩 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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