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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정미홍 사과로 떠올린 1894년과 1991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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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프랑스 육군 대위였던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군중들의 야유를 받으며 악마의 섬으로 유배당했다. 당시 프랑스 군부가 제출한 유일한 증거는 스파이가 남긴 편지 글씨였는데 드레퓌스와 필체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드레퓌스를 되살린 사람은 <목로주점>의 작가 에밀 졸라였다.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신문에 기고해 독일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유배당한 드레퓌스는 결백하다는 것과 프랑스 군 고위층이 범죄를 은폐했다는 것을 폭로했다. 당시 에밀 졸라는 비난 여론에 못이겨 런던으로 망명해야 했지만 결국 프랑스 지식인들의 노력으로 드레퓌스는 12년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누명을 벗었다.

 

▲에밀 졸라(1840년~1902년, 프랑스) 

 

1991년 봄, 노태우 정권의 공안통치가 극에 달하고 있었고 이에 항의하는 대학생과 노동자들의 분신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런 와중에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전경들에게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노태우 살인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고 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이었던 김기설씨가 분신 자살했다. 이 때 정부는 김기설씨 분신 자살에 배후 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김기설씨의 유서를 동료인 강기훈씨가 대필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황당한 주장에 불을 지핀 지식인들이 있었다. 김지하 시인은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죽음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우라'고 주장했고, 당시 박홍 서강대 총장은 '연이은 분신에는 배후세력이 있고 확실한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끝내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이렇게 당시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았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씨는 23년이 지나서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판결을 받고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일당 6만원 허위글을 올린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 

 

2014년 5월,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는 세월호 추모 집회에참가한 청소년들이 일당 6만원을 받고 동원됐다고 주장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정미홍 대표는 저신의 트위터에 "많은 청소년이 손에 하얀 국화꽃을 들고 서울역에서 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정부가 살인마다, 대통령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지인의 아이가 시위에 참가하고 6만원의 일당을 받아왔단다. 참 기가 막힌 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어제 시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든 국화꽃, 일당으로 받았다는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대한민국 경찰은 이 문제를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정미홍 대표의 이 주장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허위 사실임이 밝혀졌다. 그는 "어젯밤에 올린 트윗 글은 지인으로부터 들은 것이었지만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며 "국민의 큰 슬픔 속에서 이뤄지는 추모의 물결을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올렸는데 추모 행렬에 참가하신 순수한 시민과 학생들에게까지 누를 끼쳐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 글을 올리고 당분간 절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여론몰이 하듯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개하더니 이제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사과 한마디 던져놓고 숨어버린 것이다. 

 

 

 

인기 아나운서 출신이면서 더코칭그룹의 대표이기도 한 정미홍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 중 일어난 성추행 파문에 대해서는 '성폭행해서 죽이기라도 한 분위기'라며 '미친 광기'이라면서 당사자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두둔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자치단체장들을 종북으로 지목하면서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가권력의 횡포에 펜으로 대항한 에밀 졸라……. 펜을 무기삼아 진실을 왜곡한 김지하, 박홍, 정미홍.

 

악취를 풍기는 어물전의 생선은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지식인과 사회 지도층이 뿜어내는 썩은 내는 내다버려도 사라지지 않고 두고두고 국가와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 정미홍 사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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