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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세계명작단편소설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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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알퐁스 도데/1869년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질 정도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8살 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누명을 씌운 계모와 이런 계모의 학대를 방관한 친부. 요즘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울산·칠곡 계모 사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식이 굶주려 죽은 줄도 모르고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는 젊은 아빠, 가출한 중학생 딸을 목검으로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30대 아버지. 언론 보도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천일공노할 아동학대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의 80% 정도가 친부모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보고된 아동학대는 6,796건으로 이중 친부가 41.1%, 친모가 35.1%였다고 한다. 또 1년 전보다 393건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는 왜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늘어나기만 하는 것일까? 흔히들 아이들을 그 사회의 미래라고 한다. 그만큼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할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울산·칠곡 계모 사건'에서 보았듯이 아동학대에 관한 우리 사회 특히 사법부의 인식은 그야말로 후진적인 행태만을 계속하고 있다. 숨이 끊어질 정도로 무자비하게 폭행한 계모에게 내린 형벌이 고작 상해치사죄라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죽음에 이르게 한 아동학대에 대해 1급 살인죄를 적용하는 미국이나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리는 여타 선진국과 비교하면 솜방이도 이런 솜방망이가 없다. 사법부마저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 이런 천박한 인식을 하고 있으니 아동학대 근절은 요원한 꿈일지도 모를 일이다.

 

▲ 사진>구글 검색 

 

비단 아동학대가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폭력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무시하고 통제하려는 것도 일종의 아동학대와 다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천박한 인식 못지않게 아이들을 통제와 소유하는 존재쯤으로 보는 어른들의 인식도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꿈을 꾸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른들의 생각과 꿈을 강요하는 것. 아동학대의 출발이자 육아에서 학교 교육까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헛점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별을 품고 살지만 어른들은 별을 밤하늘에만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이 품고 있는 별은 모양도 색깔도 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밤하늘에 떠있는 삼각형 두 개를 엇갈려 포갠 모양의 노란 빛깔만을 별의 실체로 믿는 것이다. 문제는 어른들이 끊임없이 아이들 가슴 속의 별을 끄집어 내어 그들이 믿는 그것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아이는 소중한 하나의 인격체에서 어른의 소유물로 바뀌기 시작한다.

 

보잘것 없는 내 우리 안이지만 우리 아가씨가 다른 어느 양보다도 귀하고 순결한 한 마리 양처럼, 나의 보호를 받으며 고이 자고 있다는 생각에 내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하늘이 그토록 높고, 별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중략...만일 당신이 밖에서 밤을 지내 본 적이 있다면 우리가 잠든 시간에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세계가 정적에서 눈을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별> 중에서-

 

어릴 적 누구나 읽어봤을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은 뤼브롱산 목장에서 홀로 양떼를 지키고 있는 소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그 시절 아이들 마음을 무척이나 설레게 했다. 서양에 알퐁스 도데의 <별>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는 황순원의 <소나기>가 있었을 것이다. 또 황순원 작품 중에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과 같은 제목의 <별>이라는 성장 소설도 있었다. 어쨌든 가슴 설레며 읽었던 이 소설을 어른이 되어서도 같은 감흥으로 다가올까?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럴 것이다. '어린 것들이 사랑은 무슨', '양치기와 주인집 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어른들의 이런 생각은 결코 세상을 살아본 경험의 산물이 아니다. 어쩌면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어릴 적 가슴 속에 품었던 별이 사라져 버린 현실에 대한 회한과 한탄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지 못하고 어른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은 아닐런지……. 

 

나는 생각했습니다. 저 많은 별들 중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고 있는 것이라고……. -<별> 중에서-

 

1959년 유엔 총회에서 선포된 '세계 아동 인권 선언'에는 아동에게 주어야 할 의무와 권리에 대해 총 10개로 밝히고 있는데 그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아동의 인격이 완전하고도 조화롭게 발달될 수 있으려면 사랑과 이해가 필요하다. 아동은 가능한 한 부모의 책임 하에 보호를 받으면서 사랑이 넘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안정된 환경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나이 어린 아동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 그의 어머니와 격리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와 공공 기관에게는 가족이 없는 아동과 적절한 생계 수단이 없는 아동에게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가족에 속하는 아동의 생계비에 대해 정부 보조금과 기타 형태의 지원금이 지급될 필요가 있다. -'세계 아동 인권 선언' 중에서-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아이들 각자가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한편 완전하지 못한 인격체이기에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이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을 쏟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최근 '학생인권조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아이와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이고 천박한 인식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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