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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고달픈 20대와 똘똘뭉친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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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리도 속 좁은 놈인 줄을 오늘에야 알았다. 조간신문을 받자마자 폐휴지함에 처박아 버렸다. 여태 TV도 켜보지 않았다. 인터넷은 내 블로그와 내 이웃 블로그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음뷰 창 두 개만 열어 놓았다. 밤새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려야지 안 그러면 홧병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였다. 축제(?)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나란 놈은 겉으로는 대범한 척 하지만 속에는 좁쌀영감이 고집스런 표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위 IMF 세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교조 세대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배우고 정의를 배웠지만 정작 사회에 내딛는 첫걸음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새천년의 설레임은 강 건너 어렴풋이 보이는 난장에 불과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은 젊은 시절의 치열함을 다양한 형태로 보상받고 있는 386 세대보다 더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누구는 당신만의 생각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르겠지만.

 

IMF 세대의 고통이 만성화되고 고질화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세대가 바로 지금의 20대이지 싶다. 청년실업을 일상언어로 받아들이고 사는 세대, 죽기살기로 살지만 기성세대로부터는 늘 철없은 아이들로 치부당하는 세대, 기성세대가 견고하게 구축해 놓은 반역의 시대를 살면서도 늘 그 책임을 추궁당하는 세대, 방황이 방탕으로 폄하당하는 세대. 그래서 IMF 세대가 보는 20대는 늘 안쓰럽고 짠하다. 여전히 저조하다고는 하지만 18대 대선에서 보여준 20대 투표율 65%는 이전 선거에 비하면 분명 의미있는 변화일 것이다. 문제는 부모 세대인 50대가 이들의 꿈과 희망을 처절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것이다. 자식 세대의 꿈보다는 자신들의 안정을 선택한 선거 결과, 속 좁은 나로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를 두고 어느 이웃 블로거는 '젊은 노인들의 반란'이라고 규정했던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지싶다. 이 땅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가 오늘처럼 짠하게 느껴졌던 날이 있었을까.

 

어쨌든 선거의 계절은 끝났다. 아무리 속좁은 나지만 이 환경을 살아가야 하고 또 나름의 적응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 다음 대통령 선거 때는 나도 50대가 된다. TV를 켠다. 유재석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심란한 마음을 달래본다. 그러면서 한가지 다짐을 해본다. 다음 다음 대선에서 나는 '젊은 노인'이 아닌 '늙은 청년'이 되겠다고. 속좁은 놈의 푸념으로 시간은 더디더디. 유재석보다 더 유쾌한 개그맨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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