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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의 담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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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간근무 첫 날이었다. 두 달 동안 올빼미 생활을 하다보니 여간 긴장되는 아침이었다. 야간근무를 하면서 역시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야된다는 신념이 더 확고해 졌건만 오늘 아침은 그동안의 바램과는 달리 카프카의 『변신』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 있었던 그레고르 잠자처럼 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오랫만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부적응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삶의 현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오랫만에 아로마향 거품으로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직장까지는 버스로 넉넉히 1시간....서울이란 동네에서야 흔한 거리지만 대전에서는 결코 짧은 출근거리가 아니다. 바지 주머니에는 언제나처럼 책 한권을 넣었다.

나의 무거운 발걸음과는 달리 이틀간의 휴식을 취한 사람들의 월요일 출근길은 봄날 꽃길을 걷듯 가벼워 보였다. 그렇게 걷다보니 길거너에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타임월드 지하도를 짧게 통과하고 나오는 순간 내가 타야할 버스가 저 멀리서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었다. 버스와 내가 동시에 도착하겠군! 그런데 이 무슨 악마의 유혹이던가! 갑자기 담배 한 대가 피고 싶어졌다.

지금껏 내가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셈을 한 적이 없었다. 지금껏 내가 이토록 결단력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담배 피우는 시간, 평소 직장까지 걸리는 시간,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을 감안한 플러스 알파,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리는 시간, 지문인식기가 있는 3층까지 걸리는 시간...이 모든 셈이 끝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뻔했다. 아직은 옷 틈사이로 새어드는 바람에서 냉기가 느껴지는 봄날 아침이건만 땀이 촉촉해지도록 뛰어야만 했다. 결국 출근 시간 1분을 남기고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결국 주간근무 첫날부터 난 게을러터진 놈이 되고 말았다.

요놈의 담배 때문에....
아니다. 박약한 나의 의지 때문이다.
'작심삼일'과 '금연'처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단어가 있을까? 해가 바뀔 때마다 나는 이 찰떡궁합을 즐기고 있다. 때로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담배는 끊을 수 있어도 스트레스로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끊기 어렵다'는 저잣거리의 말을 흡연의 명분으로 내세우던 나였다.

지금껏 끊어버린 담배만도 헤아리기 힘들다.

언제쯤 악마의 유혹을 떨칠 수 있을까? 금연에 성공하는 날, 나는 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삶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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