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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현명한 직장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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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권정임 지음/생각비행 펴냄/2012년

 

대학생인 김씨는 A커피전문점에서 주 5일근무제로 하루에 6시간씩 주 30시간을 근무했다. 일주일 후 김씨가 받은 돈은 137,400원(2012년 최저임금 4,580원 적용)원이었다. 한편 B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김씨의 친구 이씨는 똑같은 조건으로 일하고 일주일 후에 174,040원을 받았다. 김씨는 이씨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친구 이씨가 인심좋은 사장을 만나서 그랬거니 생각했다.

 

정말 김씨는 짠돌이 사장을 만나서 일한 시간만큼만 받았고, 이씨가 근무했던 커피전문점의 사장은 후덕해서 용돈으로 쓰라며 일한 시간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김씨와 이씨가 받은 주급의 차이는 각자가 근무했던 사장의 성격과는 전혀 상관없다. 이씨는 법으로 보장된 정당한 댓가를 받았을 뿐이다. 다시 말해 김씨는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은 것이다. 왜?

 

생각비행에서 펴낸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직장인으로 살면서 때로는 모르고 당하고 때로는 알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 때문에 포기하고 마는 노동법을 쉽게 풀이해 놓은 책이다. 최두만 노무법인 로고수 대표의 추천사를 빌리자면 이 책은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직장인들이 언제고 겪을 수 있는 사안을 독자의 눈높이에서 하나씩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기에 분명 손때가 타도록 이 책을 펼쳐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책상 위에서 닳고 닳을 운명이라는 추천사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앞선 사례에서 김씨와 이씨가 받은 주급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두 사람이 일주일 동안 같은 시간 일을 하고도 주급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바로 주휴수당이다.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돼야하는 유급 주 휴일에 따른 수당이 주휴수당이다. 김씨와 이씨가 주 5일제 근무로 하루에 6시간씩 5일을 일했다면 일요일은 유급 휴일로 이들이 받아야 할 주급을 올해 최저임금으로 계산한다면 4.580(시급)*6(하루 근무시간)*5(주 근무일)+4,580*8(유급 휴일 일요일)〓174,040원이 돼야 한다. 결국 김씨는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 36,640원을 못받은 셈이 된다.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에서는 이와 같이 일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꼭 받아야 하는 수당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를 법정수당이라고 한다. 법정수당은 원래 임금에 무조건 추가로 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지급 사유'가 생기면 반드시 줘야 하는 수당이다. 이런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이 되어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고, 근로자도 못 받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법정수당으로는 주휴수당을 비롯해 연차휴가수당, 시간 외 근로수당(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일근로수당, 휴업수당, 출산전후휴가수당 등이 있다. 저자는 몰라서 손해 보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법정수당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직장인이라면 최소한 이런 법정수당만큼은 알고 있어야 한단다. 법정수당은 종류도 많고 각각의 지급 조건과 계산 방법도 복잡하지만 일단 알고 나면 쉬운 게 바로 법정수당이라는 것이다. 가령 주휴수당은 예로 들어 본다면,

 

주휴수당은 1주간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경우 1일간 유급으로 주휴일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근로기준법상 지급 근거에 해당한다.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다. 1일분 통상임금은 통상시급에 8(일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보다 짧은 경우 해당 시간)을 곱해 산출한다. 월급제인 경우에는 월 기본급에 주휴수당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또 시급제나 일급제인 경우 1주를 만근하면 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앞서 이씨가 김씨보다 더 많이 받은 36,640원은 여기에서 근거한 것이다.

 

책은 이처럼 직장인들이 알아야 할, 근로기준법을 통해 노동자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들에 대해 알기 쉽게 풀이해 설명해 준다. 입사할 때 작성해야 할 근로계약부터 직장 생활 중 부딪쳐야 할 임금, 근로시간·휴일·휴가, 징계·해고, 인사이동, 여성·비정규직·파견직·일용직, 산업재해, 노동조합과 관련된 노동자의 권리와 퇴직금 정산과 실업급여에 관련된 퇴직에 이르기까지 직장 생활 중 맞닥뜨려야 할 대부분의 문제들이 총망라되어 법조인이 아닌 직장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고 있다.  

 

최근 앞서 김씨의 사례처럼 법을 잘 몰라서 알더라도 난해한 법조문 때문에 정당하게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주로 대학생들을 상대하는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의 경우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회사가 10%도 안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간근무 수당이나 휴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회사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심지어 청년유니온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울 편의점의 경우 46.5%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임금체불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니 실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경우 이런 부당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입사 전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자필서명을 해야만 한다. 취업은 급여를 주고 나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와 근로계약관계라는 '법률관계'를 맺는 것이다. 근로관계는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맺는 관계다. 일반적인 법률관계가 보통 대등하다면 근로관계는 일반적으로 대등하지 않은 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권리와 의무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근로계약서는 이런 불평등한 관계를 최소화하고 노동자가 사용자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근거가 되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근무를 시작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대처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런 경우 채용통보서, 출입카드나 출근부, 상급자가 결재한 본인 작성 기안서, 업무일지, 보고서, 이메일 업무교신 내역, 회사 컴퓨터 로그인 내역 등 근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서류들을 되도록 충분히 준비해 두기를 권고한다.

 

정부 발표만으로도 현재 비정규직이 600만이라고 한다. 게다가 청년실업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상황에서 대학생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들이 불안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해서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지금 정규직이라고 해서 회사측으로부터 늘 정당한 대우만을 받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은 이 땅에 노동자로 살면서 최소한 권리라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참고서가 될 것이다. 또 현명한 직장생활을 위한 아주 유용한 노동법 사용설명서가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용업업체 소속의 야간물류노동자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기존에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연장수당도 휴일근무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지금은 어찌어찌해서 법정수당만은 제대로 챙기고 있지만 여전히 심증만 무성한 부당한 대우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을 주문하고 받자마자 그런 심증만 무성했던 사례들을 찾아 꼼꼼히 읽어봤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심정이란 게 이런 건가 보다싶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한 아니 직장인으로 사는 동안만큼은 앞서 언급한 추천사대로 이 책은 내 책상 위에서 닳고 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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