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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기적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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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다쿠지 지음■이영미 옮김■김영사 펴냄

유기농 화장품 관련 유통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유기농 화장품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했으니 나름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이 있었던 것일까?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대중화되지 않은 시장에서 일부 마니아층만을 상대로 장사하기란 대박을 꿈꾸는 소인배에게는 처음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찌저찌 고비를 넘겼으면 지금쯤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하고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국내에는 유기농 화장품이 전무했던 시절이라 어렵게 찾아낸 외국 유기농 화장품을 국내에 들여오게 되었다. 한 기업과 너무 오래 거래했던지 그때 새롭게 유기농 사과를 원료로 한 화장품이 미국에서 출시되어 관심을 둔 적이 있는데, 이를 알게 된 기존 거래처 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했던 얘기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진짜 유기농 사과로 만든 화장품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과는 유기농 재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유기농 사과 재배에 대한 새로운 농법이 개발되었겠지만....짧은 영어 실력에 이도 어렵게 알아들었는데 그 뒤에 이어진 장황은 설명은 온통 백지장으로 남아있다.그래서 직접 인터넷을 뒤지며 왜 유기농 사과 화장품이 불가능한지 찾와봤으나 또 일상에 쫓겨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기적의 사과』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웰빙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 또한 선풍적이어서 다양한 채소나 과일 등이 유기농 재배되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그런데 사과만은 유기농 재배가 녹녹치 않단다. 바로 병충해 때문이다. 그 외국 거래처 기업 사장의 말이 단순히 자기 회사와의 거래를 지속시키기 위해 대충 만들어낸 변명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 동기는 출판사와 대형서점, 언론이 합작한 홍보 마케팅에 속아서(?)였다. 베스트셀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잘 팔리는 책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서평글 때문에 투자한 만원이라는 거금(?)이 아까워 마지못해 책을 펼치는 순간 주인공인 기무라씨의 썩지않는 사과 생산을 위한 집념에 푹 빠지고 말았다. 재산도 탕진하고 주위의 손가락질도 받으며 그가 생산해 낸 썩지 않는 사과의 비밀은 아이러니하게도 병충해였다. 야생에서 자라나는 모든 과실수들은 온갖 병충해의 처절한 공격을 인내하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기무라씨는 이런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자신의 과수원에 접목시켜 썩지 않는 사과라는 기적을 이뤄낸 것이었다...반전 중의 반전이었다. 또 기무라씨의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과 그 확신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고집은 잠들어있던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최근 말로는 녹색성장, 생태복원을 위치면서 손발은 환경을 파괴하는 모순된 시대에 살고 있다. 생태복원의 해법은 자연이 있던 그 자리에서 우리 인간들이 빠져주는 것이다. 이도 힘들다면 우리 인간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 자리에 동화되면 된다. 썩지 않는 사과를 키운 건 기무라씨가 아니라 사과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벌레들이었다.

4(死)대강 사업과 환경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기적의 사과』를 통해 환경과 생태에 관한 작지만 소중한 철학을 읽게 될 것이다.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꿈을 향한 한 인간의 고집과 집념도 책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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