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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시인의 마을

여장의사와 에로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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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와 북악, 북악과 구기를 관통하면서

라이트를 켰다 켰다 켰다 껐다

긴 내장에 깃든 불안에 대해 말한다

 

밤과 냉기만이 흐르는 여장의사의 집

그녀의 집에는 관이 즐비하고

주검 앞, 비오는 밤

트럭 위에서는 에로틱한 장면이 흐른다

 

질흑 같은 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돼지의 죽음 앞에서 절을 하고

남녀는 옆방으로 들어가

더 큰 엑스터시의 상태 속에 접어들고

 

끈질기게 달라붙어 사랑을 부르는

죽음, 드라큘라가 깨어나고

매일 죽는 드라큘라가

신선한 피로 깨어나고 미녀에게서 다시 태어나고

 

관의 냄새는 신선하다

 

죽은 지 얼마 안된 생나무 관의 냄새를 분별하지 못하고

우리는 그렇게 죽음과 대화를,

저기 저 육신을 피워올리며 꿈틀거리는

눈 감은 어둠, 마법 같은 연기

흰 뱀의 어지러운 비상

 

생나무 냄새와 니스 냄새가 뒤섞이는 곳에서

오동나무 관과 죽을 때까지 대화,

괴멸되어가는 해골에

새겨지는 우울과 욕망의 아라베스크

 

출처>창작과 비평 156호, 주영중 시인의 <여장의사와 에로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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