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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시인의 마을

거기 가 있다가 천년 뒤에나 오고싶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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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고 은-

제주도 삼년동 똥도야지가 똥 먹고 나서 보는 멍한 하늘을 보고 싶으오.
두어달 난
앞집 얼룩강아지 새끼의 빠끔한 눈으로
어쩌다 날 저문 초생달을 보고 싶으로.

지지난 가슬 끝자락 추운 밤 하나
다 샌 먼동 때
뒤늦어 가는 기러기의 누구로
저기네
저기네
내려다보는 저 아래 희뿜한 잠 못 잔 강물을 보고 싶으오.

그도 저도 아니고
칠산 바다 융융한 물속의 길찬 가자미 암컷 한두분
그 평생 감지 않은 눈으로
조기떼 다음
먹갈치떼 지나가는 것 물끄럼 말끄럼 보고 싶으오.

폭포나 위경련으로 깨달은 바

너무나 멀리 와버린
내 폭압의 눈 그만두고
삼가 이 세상 한결의 짐승네 맨눈으로
예로 예로 새로 보고 싶으오.

거기 가 있다가 천년 뒤에나 오고 싶으오.

 

**오늘은 포스팅을 쉽니다. 빈걸음 할까 보아서 고은 시인의 시 한 편을 담았습니다. 「창작과 비평」2012년 봄호에 실린 시입니다. 멋진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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