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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어떤 언론사 황당한 비판 기사, 기자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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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국내의 한 유력 언론사 기자가 '나꼼수'와 전교조를 싸잡아 비난할 목적으로 경기도 어느 중학교 3학년 국사 시험문제와 해당 교사를 비판하는 황당한 기사를 실어 네티즌들의 폭풍같은 댓글을 양산해 내고 있다. 

이 유력 언론사 기자가 이런 황당한 기사를 내보는 데는 해당 교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계기가 되었던 모양이다. 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학교 역사 교사라고 소개한 이 교사는 "
09년 5월 시사자키 오프닝멘트를 기말고사에 출제했어요. 분명히 답을 알려줬는데도 이명박이라 쓰는 애들이 있네요…ㅋㅋ"라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기사는 해당 교사가 출제한 문제까지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문제를 보고 정답은 '이승만'이구나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유력 언론사 기자는 뭐가 문제라는 것일까? 문제가 된(?) 문제의 기사는 바로 이 문제란다. 



'(A)은 교회 장로입니다.'라는 형식으로 8개의 문항을 제시한 뒤 괄호 속 A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인물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정리해 보면 이 괄호 속 A라는 인물은 교회 장로이고 대표적인 친미주의자이며 친일파와 손을 잡아 정적들을 정치적으로 타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또 북한을 자극해 남침을 도발하도록 조장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으며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니까 경찰을 동원해 가혹한 탄압을 자행했지만 결국 권좌에서 쫓겨나 해외로 망명해서 비극적 최후를 맞았던 인물이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태정태세문단세…'를 기계적으로 외어야 했고 '나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를 달달 외우지 못하면 가혹한 체벌을 받아야만 했던 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나로서는 톡톡 튀는 이 문제가, 이렇게 즐겁게 배우는 교실이 부럽기만 하다. 교문을 들어설 때마다 머릿 속에는 친구들과 노는 상상, 시선은 국기봉 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에는 로보트처럼 손을 살포시 얹어야만 했던 시절을 살지 않았던가.

기사를 읽는 내내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건지, 이 교사가 출제한 문제에 어떤 역사적 오류가 있다는건지 당최 알수가 없었다. 역사적 사실과 논쟁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인데 말이다. 순간 내가 착각했다. 아니 미처 읽어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대한민국 일등신문(?) 조선일보 기자라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기사 윗머리에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라고 써있는 부분을 한참 후에야 봤다. 이 기자가 기사 첫머리에 해당 교사의 트위터 글과 기사 말미에 해당 학교 교감의 인터뷰 내용을 실은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 문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황당하다. 팩트가 생명인 언론이 단순히 누구누구를 연상시킨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역할과는 상관없는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다니. 게다가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물론 조선일보니까 충분히 이해는 간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딱 그짝이다. 그렇다치더라도 기자가 한 교사의 정당한 수업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기사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조선일보의 순애보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대한민국 일등신문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리는 모독(?)이지 싶다. 이 기사의 칼끝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나꼼수와 전교조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권력이야 1년 후면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허망한 것이거늘 조선일보의 대의(?)는 그들이 의도한 사회에 반기를 드는 떡잎들을 원천적으로 고사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해당 학교 교감의 인터뷰 내용. "이 교사가 전교조 소속은 아니지만, 젊어서인지 (정치와 관련해) 비판적인 발언이 많아 구두로 경고한 적이 있다." 어떻게든 전교조와 연계시켜 볼려는 꼼수에 웃음이 절로 나올 뿐이다. 전교조 교사가 아니라니 이 기자, 얼마나 서운했을까.

다음뷰에 글을 송고하고 있지만 요즘 다음에 불만이 많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다음 포털 메인에서 사라졌던 언론사들이 어느날 다시 등장한 것이다. 내키지 않는데도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하는 이 불편한 진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오늘 댓글이 가장 많은 이 기사의 제목은 '어떤 중학교 황당한 국사 시험…선생님 맞습니까'이다. 나는 이렇게 맞받아치고 싶다.

어떤 언론사 황당한 비판 기사, 기자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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