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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능지처참-중국의 잔혹성과 서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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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브록 외 지음■박소현 옮김■너머 북스 펴냄


한겨레 신문을 구독한 지 꽤 오래되었다. 인터넷 시대에 왠 신문을 구독해서 읽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활자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 얘기다. 그래도 인터넷이 세상을 많이 바꿔놓긴 했나보다! 옛날에는 이른 새벽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면 대문마다 신문 몇 부씩은 놓여있곤 했었는데...

또 내가 인터넷의 유혹에도 신문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책 섹션 때문이다. 한겨레는 매주 토요일마다 [책과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화제의 책이나 신간을 소개해 주고 있다. 단순한 책 소개에 그치지 않고 작가 인터뷰나 명사들의 서평이 함께 실려있어 내가 읽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책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어 좋다.

그렇지만 여기에 소개된 책을 거의 구매해 본 적은 없다. 참고자료일뿐 내 선택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니 미디어에 홍수처럼 범람하는 책에 대한 상업적 이미지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보니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를 직접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이런 내가 이번에 처음으로 [책과 생각]에 소개된 책을 사게 되었다. 아마도 제목이 주는 강렬함에 끌린 것 같다. 『능지처참-중국의 잔혹성과 서구의 시선』. 내 블로그에 소개된 서평 중에 <반디앤루니스>라는 인터넷 서점에 베스트 서평으로 뽑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적립금이 생겨 지르고 말았다. 특히 [책과 생각]에 소개된 다음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서구의 우월주의적 시선은 조선에선 서구제국주의를 모방한 일본의 우월주의적 시선으로 복제됐다. 민주당 하토야마 정권 각료까지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는 역사의 필연이었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 여전히 우긴다. 한일 간 오독의 잘못된 고리를 읽어내는 데도 이 책이 시사하는 바 있지 않을까."

책을 주문하고 2~3일이 지났을까? 택배를 통해 받아본 『능지처참-중국의 잔혹성과 서구의 시선』은 책 제목만큼이나 심장 떨리는 표지로 장식되어 있었다. 제목과 붉게 채색된 표지가 심장을 통과하는 피의 속도를 더욱 거칠게 했다. 책을 살 때면 의례 무작위로 펼쳐보는 페이지에서는 능지처참의 생생한 묘사가 눈에 들어왔다. 살 떨리는 공포...


아무튼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은 서구우월주의 시각으로 왜곡되거나 조작돼 끝없이 재생산돼온 능지라는 중국의 극형을 재구성해서 중국에 대한 서구우월주의의 왜곡된 수사학의 전형을 해체하고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오독의 역사를 추적하고 잘못된 고리를 끊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선은 걱정이 앞선다. 꽤 많은 분량의 이 책을 언제쯤 독파할 수 있을지....그리고 갈수록 삶의 무게에 지쳐가는건지 책 읽는 속도도 책을 이해하는 머리도 자꾸만 흐려지는 느낌이 든다. 읽어보지도 않고 [내 서재]에 소개하는 첫 도서라 부담백배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단 한 줄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짬은 있어야 그래도 삶이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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