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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그림 속 비너스는 왜 조개 위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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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는 헤라, 아테나와 함께 3대 미인으로 꼽힌다. 유명한 트로이 전쟁도 그리스 신화 속 3대 미인이 미스 그리스를 겨루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신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미의 여신이라면 아프로디테를 꼽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무래도 로마 신화 속 비너스의 이미지 때문이다. 비너스는 그리스 신화 속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되는 여신이다. 

미의 여신으로 대표되는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두고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와 디오네 여신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딸이라는 설이 그것이다. 아프로디테의 탄생 신화는 이후 사랑에 관한 논쟁의 주제가 되기도 했는데 사랑의 신 에로스가 바로 아프로디테와 전쟁의 신 아레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서 보여주는 아프로디테는 왜 하필 바다 한 가운데 조개 위에 서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프로디테의 두가지 탄생 신화 중 우라노스의 딸이라는 설에 따른 것이다.  


육남매 중 막내였던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주인이 된 사연은 전에 살펴봤듯이 아버지 크로노스의 괴이한 버릇 때문이었다. 결국 크로노스는 제우스에 의해 죽게 된다. 부전자전이었을까?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도 요즘 말로 치면 패륜아였던 모양이다. 아프로디테의 탄생,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은 크로노스의 패륜적 행동에서 기인했다.

크로노스의 아버지는 우라노스다. 우라노스는 하늘의 신이다. 카오스(혼란) 이후 세상에 출현한 신이 바로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였다. 우라노스는 아들 크로노스처럼 자식들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자식만 낳으면 보기 싫어서 가이아 몸에 숨기곤 했다. 가이아는 이런 우라노스에 대해 복수심을 품고 있었는데 여러 자식 중 크로노스가 어머니를 대신해 복수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런데 이 복수의 방법이 조금은 민망하다.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 버렸던 것이다. 순간 우라노스의 성기가 뿜어낸 피는 대지는 물론 바다에까지 튀었다. 그런데 바다에 튄 우라노스의 피는 바닷물에 희석되기는커녕 한 덩어리의 거품이 되어 바다 위를 떠다녔다고 한다. 어느날 이 거품에서 아름다운 여신이 태어났다. 바다의 신은 이 여신을 조개에 태워 키프로스 섬의 해변가로 인도했다. 이를 본 호라이 여신들은 이 여신에게 옷을 입히고 '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라는 의미의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스어로 아프로스는 거품을 의미한다.

아프로디테 탄생 신화는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은 훗날 플라톤의 저서 <향연>의 주요 논쟁거리로 등장한다.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당대 그리스 유명인사들이 모여 에로스(사랑)에 관한 논쟁을 벌였는데 에로스의 탄생으로 사랑을 규정했던 것이다. 즉 에로스의 어머니 아프로디테가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딸이냐 아니면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냐를 두고 에로스(사랑)는 천상의 사랑과 속세의 사랑으로 규정되곤 했다. 이런 논쟁을 통해 플라토닉 사랑(정신적 사랑)과 에로스적 사랑(육체적 사랑)이라는 말이 생기게 된다. 물론 플라톤은 요즘처럼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구분하지 않았다. 에로스는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상호보완하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또 플라톤의 <향연>에서 그 유명한 '이데아'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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