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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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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과 행복지수는 비례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간한 <OECD 세계포럼의 이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IMF 집계치 기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68위를 차지했다. 이 행복지수의 평가항목은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 사회적 연대, 환경, 주관적 생활만족도 등 7개 부문으로 30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25위를 차지했다.

이뿐 아니다. 가끔 언론을 통해 세계 각국의 국민들에게 '자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문조사를 볼 때면 의외의 결과를 보게 된다. 우리는 '가난하게 사는 나라'로만 인식하고 있던 방글라데시나 부탄 등의 국민들이 미국이나 영국 등 '잘 사는 나라' 국민들보다 더 행복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경제력과 행복지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왜 이런 결과들을 보게 될까? 여기 그 해답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게도 행복해 질 수 있구나'를 보여주는 괴짜 가족이 있다.

세계화를 빈곤국가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시스템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몇 푼 되지 않는 그 맛있는 고등어마저 식탁에서 금지해 버린 괴짜 가족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판하는 유럽의 한 가운데 살면서도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는 당당한 괴짜 주부.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자유가 화두인 고집 센 여자와 환경보호가 화두인 고집 센 남자, 그리고 하고 싶은 짓은 다 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한 아들과 구두쇠 부모에 대항해 빚내서 옷 사 입고 다니는 수다쟁이 딸이 만든 괴짜가족의 행복찾기이다. 각자 방식대로 사는 우스운(?) 가족이지만 나름 행복하게 사는 데는 한가지 원칙이 있다. 자신의 고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의 자유부터 철저히 인정하는 평등한 민주주의의 원칙이 그것이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도 코베어간다는 세상에 자동차도 TV도 없이 사는 가족. 그래서 행복하단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돈이 아니고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무엇을 채우면서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겨준다. 그 괴짜가족은 버리면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남편이 회사에서 일주일에 36시간 근무를 40시간으로 늘리라는 제안을 받았다. 아이들도 다 컸으니 하루에 30분 더 일한다고 사생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맘대로 해. 일이 재미있으면 더 해. 하지만 돈 때문에 더 하지는 마. 우린 지금 버는 돈도 다 못 쓰는데.”

“집에 일찍 와봤자 신문이나 읽고 노는걸.”

“신문이나 읽고 노는 건 안 중요해?”

신문이나 읽고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남편은 일을 더 하지 않았다(몇 달 후에 회사에선 남편을 일주일에 40시간 일해야 하는 위치로 승격시켰다. 그것은 또 다른 책임감과 성취감이 따르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남편을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중에서

그들이 행복한 이유는 또 있다. 버리면서도 타인의 존재와 자유를 인정한다. 굳이 색을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어울림의 가치를 더 존중한다.

결혼 초기 남편과 함께 부엌 가구를 만들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임신 중이라 혼자 페인트칠을 하고 있던 남편이 서랍 손잡이는 무슨 색으로 칠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서랍이 일곱 개니까 무지개 색 순서로 칠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무지개 색이 뭐냐고 묻는 게 아닌가. 나는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 물리학도가 무지개 색도 모르다니!

빨.주.노.초.파.남.보!!!
 
색을 다 칠하고 나서 남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한국 학교에선 그런 것도 배워?"

"그럼 학교에서 이런 걸 배워야지. 이런 것도 안 배우고 독일 학교에선 도대체 뭘 배우는 거야?"

"적외선과 자외선 파장 사이에 있는 색이 어찌 일곱 개뿐이겠냐. 거기 금을 그어 일곱 개라고 단정하고 이름을 붙이다니 말이 되냐"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 『고등어를 금하노라』 중에서

KBS 개콘(개그 콘서트) 코너 중 하나인 <봉숭아 학당> 학생 중에 행복 전도사(최효종 분)가 있다.
그는 물질적 풍요만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세태를 반어적으로 풍자해 낸다. 가령, "다들 집에 풀장 하나쯤은 있잖아요? 없다고요? 그러면 행복한 게 아니잖아요." 이런 식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울수록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움켜 쥐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움켜 쥔 주먹을 펴고 버릴 건 버리고 나눌 건 나눌 수 있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의미있는 도전이 될 것이다.

빈손으로 속세와 와서 빈손으로 극락정토에 가신 법정 스님이 설파한 무소유 철학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나눔일 것이다. 단순히 얽매임이 싫어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도 갖지 않음으로 해서 다른 사람이 그 무엇을 가질 수 잇다는 나눔의 행복이 무소유 철학이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나눔의 행복을 오롯이 실천하고 있는 괴짜 가족의 일상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십시오.

고등어를 금하노라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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