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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김태희와 '미인도' 여인 중 누가 더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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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옛 그림 속 우리 얼굴>/2009년/낮은산 펴냄

얼짱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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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쫓는 사람들로 성형외과는 문전성시다. TV 속 그네들은 평범한 내 이웃을 연기하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노래하는 내내 입만 뻥긋하고 있더라도 얼만 예쁘고 잘생기면 하루 아침에 저 하늘 별이 되는 세상이다. 자신은 가수가 아니라 춤꾼이라고 했던 어느 가수의 당당한 고백이 신선한 충격이면서 더 가수다운 면모를 느끼게 했다. 최근 '나는 가수다'라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관심을 끄는 이유도 그동안 비주얼 속에 숨어버렸던 노래의 참맛을 새삼 느껴서일게다.

한때 어느 미모의 여대생이 방송에 출연해 키가 180cm도 안된 남자를 일컬어 ‘루저’라고 해서 개떼처럼 달려들어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부어 댔지만 이제는 일상 용어가 되었다. 어느 여자 운동선수가 세계 정상을 차지했다는 기사에도 ‘역도선수니’, ‘레슬링선수니’하면서 빼어난 실력보다는 외모를 아쉬워한다. 뛰어난 입담에도 불구하고 개그맨은 영화배우나 가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온갖 몹쓸 개인기를 뽐낸다. 외과 의사들은 부족해서 수입해야 할 지경이지만 성형외과는 관광상품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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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얼짱에 열광하면서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TV에 나오는 스타들이 모두 얼굴 짱이고 몸매 짱인 것만은 아니다. 많은 실패를 딛고 오로지 실력으로 성공한 스타들도 많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도 외모와 상관없이 얼짱이라 부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TV에서는 스타라는 말과 얼짱이라는 말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얼굴이 그렇게 잘 생기지는 않은 것 같은데 스타라 부르고 얼짱이라 부른다. 우리는 그 숨어있는 1인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소영의 <옛그림 속 우리 얼굴>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그림들을 꺼내어 아이들에게 얼굴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고 아름다운 마음이 진정한 얼짱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얼굴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관상으로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예지하는 것도 다양한 심리상태가 얼굴로 나타나서일 것이다. 마음이 불편하면 아무리 웃으려고 애를 써도 슬픈 빛을 감출 순 없다. 반대로 유쾌한 상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그 슬픔이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얼굴의 이런 특성 때문에 명품연기라는 말이 있지않나싶다. 

그렇다면 왜 옛 사람들은 얼굴 그림 즉 초상화를 많이 그렸을까? 죽음을 붙잡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다. 죽었지만 그 혼만은 그림을 통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의 초상화에서는 겉모습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까지 담아내려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개화기 화가인 채용신이 그린 '황현상'(책 표지 얼굴) 보면 안경 너머로 사시인 눈과 눈가의 주름까지 그대로 보인다. 요즘 말로 포샵이라도 하면 좋았을텐데, 왜 이렇게 그렸을까? 독립운동가였던 황현을 그림으로 역사에 남기고자 했던 채용신은 그의 외모보다 강직했던 그의 본모습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굳게 다문 입술에서 그의 절개가 느껴지지 않는가


외모는 유행일 뿐이다

아래 두 미인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

 

 


요즘 최고 아름다운 연예인을 꼽으라면 김태희를 꼽곤 하는데 갸름한 V자형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 짙은 쌍꺼풀, 오똑한 코. 김태희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들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서로 헛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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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60년대 영화를 보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스타들을 볼 수 있다. 동그란 얼굴에 그렇게 크지 않는 눈, 아담한 외모. 더 나아가 조선시대 아름다움의 기준은 지금과는 너무도 달랐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쌍꺼풀이 없는 가는 눈에 콧날이 오똑해 보이고 눈꼬리는 약간 올라가 있다. 요즘은 일부러 속눈썹을 만들어 붙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그림에는 속눈썹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외모라는 것은 유행일 뿐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다. 지금은 개그 소재가 되는 얼굴들이 100년 후에는 새로운 미의 기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옛날이고 지금이고 또 미래에도 변할 수 없는 것은 얼굴에 나타난 그 사람의 마음이다. 

얼굴은 마음의 표현이다

아무리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라도 울상을 짓고 있으면 그 사람을 예쁘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법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옛그림에는 우는 모습이 드물다고 한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 ‘한’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 말도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라는 것이다.(언어학적 근거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김홍도의 '서당'과 김득신의 '투전'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표정에 주목해 보자.

 

김홍도의 <서당>과 김득신의 <투전>을 보면 등장인물의 표정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심리상태가 잘 표현되어 있다. 무슨 잘못이 있는지 한 아이를 꾸짖고 내심 안쓰러워하는 훈장의 얼굴, 우는 친구를 보고 통쾌하다는 듯이 깔깔거리는 아이들, 훈장님의 훈계가 무서웠던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아이까지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 패를 잡고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사람, 아무래도 패가 좋은지 살포시 미소를 짓는 사람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투전을 했나 피곤해 보이는 표정까지...얼굴은 마음을 표현하는 거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얼굴과 다양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다양한 얼굴 중에 얼짱의 기준은 보는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맘짱의 기준은 사람마다 시대마다 그렇게 차이가 없다.

우리는 김태희의 아름다운 얼굴에 열광하지만 정작 그녀가 스타가 되기 위해 흘렸던 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의 사진을 새털만큼 벗어난 숨어있는 1인치에 그녀의 성공비법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를 거울 앞에 서게 해 보자.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그리게 해 보자남보다 예쁜 부분을 찾게 해 보고 찡그린 얼굴이 예쁜지, 웃는 얼굴이 예쁜지 스스로 보고 그리게 해 보자. 맘짱인 자신의 얼굴에서 스스로 얼짱임을 깨닫게 해 보자. 책 뒷 부분에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은 이 책의 또다른 친절한 매력이다. 

*맘짱 아이 얼짱으로 키우기*

옛그림 속 우리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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