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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아이와 함께 읽어야 할 어른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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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의 <몽당 분교 올림픽>/2009년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엄마'. 영어로는 '마미'라고 한다. 태국에서는 '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마메'. 필리핀에서는 '나나미'. 베트남에서는 '마'. '엄마'를 부르는 각 나라의 말이다. 다문화 시대, 공교롭게도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의 언어는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 뉘앙스로 들린다.    


나라는 다른데 왜 ‘엄마’라는 말은 다 비슷할까?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어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이 바로 엄마의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어설픈 주장을 해도 무리한 억측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0.001%의 이기심도 없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랑, 보이지 않는 무엇까지도 다 보듬을 수 있는 우주적 사랑, 이것이 바로 엄마의 사랑이다.

여기 강원도 산골 작은 학교에 엄마의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아이들이 있다. 아니 나란히 같이 가야 할 친구들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에르킨, 탈북 소년 박만덕, 필리핀의 호세피노, 한국의 하철수, 태국의 솜차이, 모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을 딴 나이지리아의 이영애, 서울에서 전학 온 예슬이,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아줌마 학생 호아까지…

피부색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어울림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치 영화 속 동막골처럼…

그러나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넘어야 할 두 개의 험난한 산이 가로막고 있다. 하나는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의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베트남 참전을 계기로 외국인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김상사 아저씨이다.


학교를 지키기 위한 아이들과 호아 아줌마를 비롯한 동네 어른들의 노력으로 김상사 아저씨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초봄에 겨울눈 녹듯 사라져 간다. 그럼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는? 글쎄…

흔히 쌩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한다. 저자가 출간되기 전 어린 딸에게 먼저 보여줬다는 [몽당분교 올릭픽]은 실체도 없는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들을 위한,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읽어주려면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동화라고 할 수 있겠다.

듣기만 해도 조그만 산골학교가 그려지는 ‘몽당’,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아기자기한 단어선택이다. 하지만 7명밖에 없는 몽당분교에는 어른들에게도 벅찬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숨겨져 있다.

이주 노동자 문제, 불법 체류자 문제, 탈북자 문제, 부모없는 아이 문제, 시골학교 폐교 문제, 등등등…여기에서 비롯되는 ‘차별’과 ‘편견’

어느 날 갑자기 외국인 100만 시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그러나 아직도 단군의 자손 운운하며 단일민족임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우리에게 외국인은 ‘차별’의 대상이 되고 만 현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살색’ 크레파스는 없어졌지만 아직도 머리 속에는 ‘살색’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현실이랄까?

[몽당분교 올림픽]은 이런 쉽지 않은 문제들을 아이들의 순수한 눈을 통해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슬프지만 유쾌한 동화다. 선생님은 고구마를 가지고 논쟁하고 있는 철수와 호아에게 그 정답을 말해 준다.

“고구마는 조선시대 영조 때 조엄이라는 사람이 일본에서 가져와 재배에 성공해서 우리나라에 퍼지게 된 거예요. 옥수수, 감자, 사과도 중국에서 가져왔지만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재배해서 우리나라 작물이 된 것이죠” -<몽당 분교 올림픽> 중에서-

저자 김형진은 [몽당분교 올림픽]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반성을 먼저 한다. 비단 저자만의 반성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아저씨가 어떤 흑인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미국에서 왔다고 하니깐 괜히 곱슬머리도 멋져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며칠 후 또다른 흑인을 만났는데,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하니깐 아저씨도 무르게 그 흑인이 미개하게 느껴졌어요.” -<몽당 분교 올림픽> 중에서- 

이번 주말 놀이공원은 일주일 미루고 아이들과 오손도손 앉아서 몽당분교 아이들의 올림픽에 참석해 보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몽당분교를 대안학교로 다시 살리겠다며 서울에 다녀온 최 박사가 좋은 소식을 전해 주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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