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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아이에게 들려주면 좋을 달라이 라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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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의 <울지 말아요, 티베트>/박선미 그림/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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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경수비대가 네팔로 탈출하려는 티베트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한 것과 관련해 국제적 비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최대 민영방송인 프로 TV는 중국 국경수비대가 중국과 네팔 접경지역에서 네팔로 탈출하려는 티베트 주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을 방영했습니다. 이 영상은 중국과 네팔 접경지역 인근의 히말라야 고봉 '초오유' 등반에 나선 등반대를 동행 취재하던 루마니아 카메라맨 세르기우 마테이가 촬영한 것입니다. -2006 1016 YTN 보도 중에서

동화 [울지 말아요, 티베트]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이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했다는 저자의 머리말을 토대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중대한 사건임에도 관련 기사가 많지 않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가 얼마나 무시당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가해자가 중국이라는 이유로...국제사회뿐만 아니다. 국내에서도 공권력과 자본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고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인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자신있게 '예'라고 답할 처지는 못되는 것 같다. 학교 또한 인권 문제에 있어 가해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우리 교육이 인권이나 들먹일만큼(?) 한가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울지 말아요, 티베트>는 아이들과 인권에 대해서 대화하고 그 소중한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

<울지 말아요, 티베트>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티베트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에 관한 이야기다. 티베트는 중국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인도,네팔, 부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부르는 고원 지대이다. ‘오체투지’로 유명한 라마교를 신봉하고 있으며 달라이 라마는 ‘살아있는 부처’로 불리는 라마교의 정신적 지주이다. 1950년 중국이 침공한 이래 중국은 티베트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티베트 불교인 라마교 교단 조직을 해체하는 등 문화말살정책을 시도하나 1959년 수도 라싸에서 민중봉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이 민중봉기는 중국의 무력진압으로 실패로 끝나게 되고 달라이 라마가 중심이 된 티베트 망명정부가 인도 다람살라에 세워지게 된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한 티베트인들의 독립운동은 날로 비대해지는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앞에 소리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많은 세계 국가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거의 전무하다. 다만 시민단체들만이 달라이 라마의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자유를 찾아 히말라야를 넘다

저자가 밝혔듯이 [울지 말아요, 티베트]는 루마니아의 카메라맨 세르기우 마테이가 공개한 티베트 망명객에 대한 중국 국경수비대의 총격사건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 동화에서 세르기우 마테이는 가비라는 이름의 기자로 등장한다.

보건이와 다큐멘터리 감독인 보건이 아빠는 우연한 기회에 티베트 망명객들과 동행해 히말라야를 넘게 된다. 티베트인들에게 히말라야는 중국만큼이나 넘기 힘든 고난의 길이다. 험난한 산세와 살을 에는 추위는 자유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보건이는 아빠의 설명으로 왜 이들이 죽음을 무릎쓰고 히말라야를 넘고 있는지 알게 되고 책에서 배웠던 우리의 과거와 너무도 흡사한 티베트인들에 대해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히말라야의 살인적 돌풍과 중국 공안은 톈진과 돌마여 스님의 죽음을 슬퍼할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을 무릎쓴 고난의 여정은 달라이 라마와의 극적 만남으로 희망의 빛으로 변해간다.

아빠의 이야기에서 보건이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가 설명해 준 우리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독립이 친일파들의 득세로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보건이는 60여년 전에 이미 청산되었어야 할 과거가 여전히 사회 모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아빠의 이야기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보건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의 카메라에 티베트의 독립 이야기가 담길 수 있도록 빌고 또 빌었다.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을 염원하며...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된다더니....내가 벌써 구세대가 되어가는 것일까? 동화의 주제로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5시만 되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애국가에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고 소위 건전가요라는 것을 음악 시간에 배워야만 했던 내 어린 시절에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옛날 이야기가 동화의 전부였기에 현실의 모순과 그늘을 드러낸 창작동화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획일적으로 하나의 눈과 귀를 강요하는 우리 교육현실과 선배들의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엉뚱하게도 친일을 합리화하고 독재를 찬양하는 이들의 확성기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더욱 의미있는 창작동화가 아닌가 싶다. 격세지감이지만 흐뭇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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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아요, 티베트]는 중간중간 한 면을 차지한 그림이 있어 부모와 아이가 같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그림만으로도 전체 이야기를 구성해 주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폭력이 아무리 강해도 사랑과 자비로 뭉쳐진 자유 의지는 꺾을 수 없다고, 그래서 중국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한다. 그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티베트인들의 종교와 문화와 역사를 지키고 싶은 작은 소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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