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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김연아가 남자경기에 출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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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이번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와 포스트 올림픽 피겨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 주고 있다.

지난 주말 프랑스 TV 기자인 폴 페레가 힘든 수학적 작업을 끝내고 나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그가 보내온 김연아의 연기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폴 기자의 얘기를 빌리자면, 김연아의 올림픽 우승 점수는 남자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스코어라는 것이다.(이번 대회에 밴쿠버 올림픽 남자피겨 금메달과 은메달 리스트인 라이사첵과 플루센코는 출전하지 않는다) 김연아의 올림픽 우승점수는 이번 선수권에 출전하는 남자 선수들 중에서도 2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자와 다르게 적용되는 남자 경기의 채점방식을 적용한다면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에반 라이사첵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하게 된다.

인상적이었던 김연아의 올림픽 우승점수
1. 올림픽 당시 김연아가 받은 점수만으로도 남자 선수들 중에서 김연아를 앞선 선수는 8명에 불과하다.

2. 쇼트 프로그램에서 남자 경기는 수행점수에 0.8을 곱하는 여자경기와 달리 1을 곱하게 된다. (구성점수는 일반적으로 남자경기의 점프 난이도가 높고 연기 시간도 30초가 길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다.)

김연아의 점수에 남자와 같은 채점 방식을 대입한다면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에서 받은 78.50의 점수는 86.95로 높아지게 된다. 올림픽 당시 남자경기 4위에 해당하는 점수이다.

3.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받은 150.06은 올림픽 당시 남자경기의 9위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다시 남자경기와 동일한 채점방식을 적용하면 168점으로 높아진다. 에반 라사이첵이 받은 167.37보다 높은 점수다. 여자경기는 12개의 과제를 연기하는 반면 남자경기는 13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남자 선수들이 기술점수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

4.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받은 총점을 남자경기 채점방식으로 다시 계산하면 254.95를 받아 동메달에 해당한다.

국제스케이팅단체는 김연아에게 추가 메달을 주어야 한다.
이번주에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김연아의 출전으로 스폰서와 중계를 맡은 TV는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의미있는 대회를 방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출전만으로도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대회는 4명의 금메달 리스트 중 2명을 포함해 전체 12명의 메달리스트 중 5명이 출전하지 않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세계선수권 불참은 1990년 이후로 관행이 되고 있다. 당시에는 1992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전력 분석 차원에서 4명의 금메달 리스트가 출전했을 뿐이다.

1992년 이후 채점방식은 전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2006년 올림픽에 처음 적용된 신채점방식은 결과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여줄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1994년 들어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의 절반 이상이 세계 선수권대회에 불참하게 되었다. 1998년과 2006년 세계선수권에는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단 한명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올림픽 상위 6명 중 4명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불참하게 된 것이다.

세계선수권이 더이상 최고의 대회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2006년 미국의 키미 마이즈너는 당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일본의 시즈카 아라카와와 동메달 리스트인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가 불참했지만 화려한 프리 스케이팅을 선보이며 세계선수권을 획득했다.

아무튼 한 달 전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던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이 불참한 가운데 세계선수권을 개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by chicago tribune/philip her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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