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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리모스 여신의 저주를 받은 에리식톤 왕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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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리모스Limos(로마 신화의 파메스Fames)는 기아, 굶주림, 기근의 여신 또는 남신이다. 리모스는 곡식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 재물과 부의 신 플루토스 등과는 반대되는 신으로 이들과 결코 만날 수 없는 사이이다. 기원전 8세기경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가 쓴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리모스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자식이다. 리모스의 형제로는 포노스(고역), 레테(망각), 로고이(이야기), 프세우데아(거짓말), 호르코스(맹세), 네이케아(싸움), 암필로기아이(논쟁), 안드로크타시아이(살인), 히스미나이(전투), 마카이(전쟁), 디스노미아(난장판), 알게아(고통), 아테(폐허) 등이 있다.

 

리모스(허기)의 저주를 받은 에리식톤 왕.

 

리모스가 남신인지 여신인지는 문헌에 따라 다르다. 리모스의 성은 방언에 따라 다른데 도리스 그리스어에서는 여성, 아티카 그리스어에서는 남성으로 묘사되었다. 스파르타에서는 여신으로 의인화되었다. 스파르타 근처 아미클레(고대 라코니아의 도시)에 있는 아폴로 신전에서 리모스는 여성의 형상으로 표현되었다. 리모스에 관한 주목할 만한 정보를 보존하고 있는 기원전 3세기경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고대 그리스 시인 칼리마코스는 리모스를 남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호메로스는 리모스의 성별을 특정하지 않았다. 로마 시인들은 그녀를 여성형 명사인 파메스Fames로 언급했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 리모스는 지하세계 입구에 서있는 많은 정령과 괴물 중 하나이다. 로마 제국 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세네카는 리모스가 지하세계 통곡의 강인 코키토스 옆에 ‘다 닳은 턱을 갖고 누워있다’고 썼다.

 

리모스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소개되어 있다.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리모스는 토양이 척박하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스키타이의 가장 먼 가장자리에 있는 황무지에 그녀의 집을 지었다고 한다. 데메테르는 그녀에게 바쳐진 신성한 숲을 훼손한 테살리아의 왕 에리식톤을 벌주기 위해 리모스에게 소환했다. 데메테르는 산의 요정을 통해 리모스에게 끝없는 굶주림으로 에리식톤을 저주하라고 명령했다. 데메테르가 직접 리모스에게 명령하지 못한 이유는 풍요와 허기짐은 결코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산의 요정은 돌밭에서 무시무시한 신을 만났다.

 

리모스의 머리카락은 거칠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눈은 움푹 파여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딱딱하고 창백했다. 그녀의 목구멍은 비듬으로 된 비늘로 덮여 있었다. 그녀의 양피지 피부는 내부의 창자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빈 허리 아래에 마른 엉덩이가 돌출되어 있었다. 그녀의 처진 가슴은 갈비뼈에 거의 고정되지 않은 듯 했다. 그녀의 위는 텅 비었고 관절은 쇠약했으며 무릎은 공과 같았고 발목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 밤이 되자 리모스는 에리식톤의 방으로 들어가 그를 감싸고는 입과 목, 폐에 그녀의 숨결을 채우고 그의 빈 정맥은 그녀의 갈망과 공허함을 불어 넣었다. 그 후 에리식톤은 허기짐을 참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

 

급기야 에리식톤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더 이상 음식을 마련할 재산이 없게 되자 에리식톤 왕은 하나뿐인 딸 메스트라를 돈 많은 구혼자에게 팔아버렸다. 다행히 메스트라는 그녀를 사랑한 포세이돈 덕분에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어 위험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에리식톤은 딸의 능력을 이용해 계속해서 그녀를 팔아 음식을 구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허기짐은 더 심해졌고 딸이 마련한 음식으로도 허기를 채울 수 없게 되자 결국 자기 자신을 먹어 치우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기근’을 뜻하는 영어 단어 ‘패민Famine’은 리모스의 라틴어 이름 ‘파메스Fames’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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