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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인도네시아

통합의 상징이 된 신화적 동물, 와락 은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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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중앙 자와주의 주도 세마랑은 문화 도시 중 하나로 ‘룸피아 강 롬복’이라는 음식과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 동인도 철도 회사 건물이었던 ‘라왕 세우’로 유명하다. 문화 도시답게 세마랑에서는 자바, 아라비아, 중국 등과 관련된 건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자바인과 아라비아인 그리고 중국인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공존하며 살아왔다. 그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세마랑 특유의 다양한 예술과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음식, 건물 뿐만 아니라 세마랑에는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 세 민족이 남긴 또 하나의 유물이 있다. 세마랑 주민들이 사랑하는 신화적 동물인 와락 은겐독Warak Ngendog이 바로 그것이다.

 

세마랑 축제에 등장한 와락 은겐독

 

와락 은겐독이라는 이 신화적 동물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세마랑 주민들에게 와락 은겐독은 그들의 주요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와락 은겐독은 세마랑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와락 은겐독은 ‘신성한’이라는 뜻의 아라비아어 ‘와라이Wrai’와 ‘알을 낳다’라는 뜻의 자바어 ‘은겐독Ngendog’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와락 은겐독은 보통 용의 머리와 말과 염소의 몸통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때로는 사자, 새, 기린 등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세마랑 주민들은 라마단(이슬람력의 9월로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로 여겨 이 기간 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한다)이 시작되기 전인 9월 23일에 열리는 둑데란 축제 기간에 와락 은겐독을 기리고 있다.

 

세마랑의 상징이 된 와락 은겐독은 매우 강력한 신화적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세마랑 주민들은 세 동물의 신체를 갖고 있는 와락 은겐독의 존재를 강하게 믿었기 때문에 많은 인형이나 조각상의 형태로 만들어 그 존재를 기리고 있다. 게다가 와락 은겐독은 세마랑을 구성하고 있는 세 민족을 통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와락 은겐독의 우상은 다양한 크기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작은 사이즈의 와락 은겐독 우상은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소 큰 크기의 와락 은겐독 우상은 둑데란 축제 때 축제를 알리는 팡파르와 함께 등장한다. 이 축제 기간 와락 은겐독 우상을 파는 많은 상인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와락 은겐독 인형 아래에는 알이 저장되어 있는데 이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 수도 있다. 이 때 판매되는 알은 주로 삶은 계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와락 은겐독은 세마랑 3대 민족의 화합을 상징하는 신화적 동물로 알려졌다. 이런 통합의 상징은 이 생물체 신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와락 은겐독의 몸통은 이슬람 민속의 신화적 생물체인 부라크Buraq를, 다리는 자바 민속에서 기원한 염소를, 머리는 중국 민속의 용을 차용했다. 물론 와락 은겐독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어쨌든 세마랑 주민들은 와락 은겐독의 존재로 인해 차이가 통합의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더 잘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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