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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마야

들어는 봤나? 마야의 박쥐 신, 카마조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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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동부 원주민 신화에는 발라양Balayang이라는 박쥐 신이 등장한다. 발라양은 독수리 매 분질과 형제였지만 서로 떨어져 살았다. 한번은 분질이 와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지만 발라양은 분질이 사는 곳이 너무 메마른 곳이라 싫다며 와서 같이 살자고 말했다. 이 말에 분노한 분질은 친구들을 보내 발라양이 사는 곳에 불을 질렀다. 이 때 불에 그을린 이후로 박쥐 신 발라양은 영원히 검은색 피부로 살았다고 한다. 흔치 않은 박쥐 신 이야기는 고대 마야에도 있었다. 마야의 박쥐 신 카마조츠Camazotz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과테말라 마야인들의 고대 언어로 카마조츠는 ‘죽음의 박쥐’라는 뜻이다. 즉 카마조츠는 죽음과 밤을 담당하는 박쥐 모습을 한 신으로 <포폴 부>(마야의 우주와 철학을 담고 있는 서사시)에도 등장한다.

 

 

카마조츠 전설은 기원후 100년 경 멕시코 오악사카에서 자포텍 부족 숭배의 일부로 처음 언급되었지만 자포텍인들이 기원전 700년 경부터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그 신화는 훨씬 더 오래 전부터 회자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테말라의 끼체족에게 박쥐는 중요한 동물들 중 하나로 박쥐로 형상화된 카마조츠 전설은 메소아메리카 신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카마조츠는 동굴에 사는 박쥐 신으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에게는 매우 위험하다. 카마조츠의 모습은 무시무시하며 많은 묘사에서 그는 박쥐 머리와 사람의 몸을 하고 있다. 메소아메리카 신화에서 카마조츠는 죽음, 밤 그리고 희생 등이 포함된 많은 것들을 상징한다. 자포텍 부족에게 동굴은 지하세계로 통하는 관문을 상징하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즉 많은 박쥐 종들이 동굴에서 살았다는 사실은 그들이 결과적으로 지하세계와 연관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카마조츠는 흡혈박쥐를 모델로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는 멸종 되기 전 동굴에서 살았던 주걱박쥐(코 끝에 잎 모양의 주름이 있는 박쥐)를 모델로 했을 수도 있다.

 

아마도 마야 신화에서 카마조츠의 가장 유명한 모습은 과테말라 고원의 끼체족 이야기를 기록한 텍스트인<포폴 부>에 있을 것이다. <포폴 부>는 끼체족의 창조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끼체어로 ‘주민들의 책’이라는 뜻이다.

 

<포폴 부>에서 카마조츠는 마야의 쌍둥이 영웅 우나푸Hunaphu와 스발란케Xblanque 형제를 마주친다. 우나푸와 스발란케는 <포폴 부>의 주인공으로 마야 신화의 지하세계인 시발바Xibalba의 군주들과 구기 시합을 하기 위해 내려가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카마조츠는 태양이 떴는지 보기 위해 지상으로 고개를 내민 우나푸의 목을 잘랐다고 한다. 카마조츠는 잘린 우나푸의 머리를 신들에게 바쳤고 이후 우나푸의 머리는 지하세계의 구기 시합에 사용될 것이었다. 하지만 신들은 우나푸의 머리 대신 조롱박을 공으로 사용하였고 이에 속은 시발바의 군주들은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카마조츠Camazotz라는 말은 끼체어에서 왔으며 ‘죽음’을 뜻하는 ‘카마Cama’와 ‘박쥐’를 의미하는 ‘소츠Sotz’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끼체족은 과테말라 인구의 11% 정도를 차지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집단으로 그들은 마야 신화를 비롯해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정복 시대 이전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였다. 끼체족의 주요 도시로는 쿠마르카즈가 있으며 이곳은 오늘날 메소아메리카의 중요한 고고학적 유적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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