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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아즈텍

물의 여신 찰치우틀리쿠에와 물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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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치우틀리쿠에Chalchiuhtlicue는 아즈텍 신화에서 중요한 여신이다. 물의 여신으로서 찰치우틀리쿠에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필수적인 존재였다. 그녀가 없다면 인간과 농작물 모두 말라서 죽을 것이다. 이것은 그녀를 중요한 풍요(또는 다산)의 여신으로 만들었다. 이런 특징은 그녀의 온화한 성격과 어머니와 아이들에 대한 동정심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애정 어린 성격에도 불구하고 찰치우틀리쿠에는 위험할 수도 있다. 비록 악의는 없지만 그녀는 세상을 파괴할 힘이 있었다. 그녀는 네 번째 태양[네 번째 세계]으로서의 짧은 통치 기간 동안 바로 그랬다. 찰치우틀리쿠에는 악의적이거나 누군가를 증오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그녀를 매우 친절하게 만든 그 감정 때문에 치명적이었다.

 

물의 여신 찰치우틀리쿠에

 

아즈텍 신화에서 찰치우틀리쿠에는 중요한 물의 여신이었다. 그녀는 종종 비의 신 틀랄록의 아내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틀랄록과 달리 그녀는 내리는 비 대신 지하수와 관련이 있었다. 둘은 틀랄로칸을 통치했는데 낙원으로 묘사되는 틀랄로칸Tlalocan은 익사하거나 물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사는 풍요롭고 비옥한 땅이었다. 찰치우틀리쿠에는 아즈텍 창조 신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다섯 개의 태양에 관한 신화에 따르면 현재는 다섯 번째 창조의 시대에 해당한다.

 

신들은 다섯 번째 태양 이전에 세상을 네 번 창조했다. 각각의 세계는 그들 자신의 인간들과 그들만의 태양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신들이 태양 역할을 맡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찰치우틀리쿠에는 오직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태양을 대신한 신들 중 하나였다. 틀랄록은 테스카틀리포카의 파괴(의 태양)와 케찰코아틀의 바람(의 태양)을 이은 세 번째 태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악한 인간들을 향해 불벼락을 보냈다. 찰치우틀리쿠에는 네 번째 태양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자리를 차지한 유일한 여신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했다.

 

찰치우틀리쿠에 조각상

 

찰치우틀리쿠에는 스스로 양육된 선량한 여신이었다. 그녀는 인간들에게 큰 사랑을 보여주었고 인간들을 위해 땅을 비옥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테스카틀리포카는 그의 시대 이후 태양이었던 모든 신들을 질투했다. 다른 태양신들을 사로잡았던 것과 같은 분노로 찰치우틀리쿠에를 자극할 수 없었던 그는 찰치우틀리쿠에의 온화한 성품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테스카틀리포타는 찰치우틀리쿠에의 친절을 조롱했다. 그는 그녀의 사랑과 친절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워낙 예민한 성격의 칠치우틀리쿠에였기에 이 비난은 그녀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녀는 울기 시작했고 물의 여신으로서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무려 52년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몇몇 전설에 따르면 그녀의 눈물이 너무 심하게 흘러서 피로 변했다고 한다. 세계는 그녀의 눈물에 잠겼다. 네 번째 태양의 시대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물고기로 변신했다. 한 전설에서는 홍수가 너무 심해 하늘이 무너졌다고도 한다. 테스카틀리포카와 케찰코아틀은 찰치우틀리쿠에의 홍수가 사라질 때까지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거대한 나무가 되어야 했다.

 

찰치우틀리쿠에의 홍수 이야기는 창조와 파괴의 여신으로서의 그녀의 이중적인 역할을 보여준다. 많은 다른 문화권에서처럼 아즈텍인들도 물의 신이 그들의 풍요를 책임진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와 지하수는 농작물 성장의 원천이다. 물의 여신으로서 찰치우틀리쿠에는 인간의 풍요와 훨씬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호수와 샘 외에도 그녀는 또한 출산 중에 흐르는 물인 양수의 여신이기도 했다. 따라서 찰치우틀리쿠에는 임산부, 신생아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그녀가 달 신의 어머니였다는 전설은 그녀의 출산, 출생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했다. 조산사들은 아기를 받는 전에 찰치우틀리쿠에에게 기도했다. 또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아이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찰치우틀리쿠에의 이름으로 봉헌하여 아이를 거룩하게 했다.

 

이 때문에 찰치우틀리쿠에는 자애롭고 자상한 여신으로 묘사되었다. 폭력과 전쟁을 즐긴 많은 아즈텍 신들과 달리 그녀는 마음이 여리고 관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대함 뒤에는 진정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물은 생명을 주지만 또한 예측 불가능한 것도 물의 특성 중 하나다. 파괴적인 홍수 신화가 비단 아즈텍인들만의 신화는 아니다. 멕시코의 건조한 기후가 물을 특히 귀하게 만들지만 그것은 또한 갑작스런 홍수의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많은 비나 산간에서 흘러내린 물은 짧은 시간에 계곡과 평지를 범람한다.

 

질투심에 자식을 익사시켜 죽인 여인

 

네 번째 태양의 여신으로서 찰치우틀리쿠에는 물이 생명을 주는 것만큼 파괴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세계는 번영과 행복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녀의 멈출 수 없는 눈물[물]은 곧 그것을 파괴했다. 이것은 또한 찰치우틀리쿠에를 사후세계에 적합한 여신으로 만들었다. 물과 관련된 죽음은 너무 흔해서 그들은 그들만의 사후세계가 있었다. 죽은 자들의 안식처인 틀랄로칸은 익사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번개에 맞아 죽은 사람들도 환영했다. 따지고 보면 번개도 물과 관련이 있으리라.

 

어떤 질병들은 또한 물과 관련이 있다. 일부 전설에서 찰치우틀리쿠에는 생후 첫 해에 죽은 아이들을 그녀의 사후세계로 맞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치우틀리쿠에는 자신의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물고기가 되어 그녀의 영역인 호수와 강에서 계속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찰치우틀리쿠에가 현대 멕시코 민속에도 살아 있다고 주장한다. 멕시코 민속에는 통곡하는 여인 라 로로나La Llorona라는 전설이 있는데 그녀는 아마도 자식들을 익사시킨 어머니의 영혼일 것이다. 현대 멕시코 민속에서는 사후세계라 여겨지는 물의 평원을 라 로로나가 다스린다고 한다. 라 로로나 이야기는 물이라는 주제 뿐만 아니라 영혼이 모성이라는 점에서 찰치우틀리쿠에 전설과 유사해 보인다. 참고로 16세기부터 전해지는 라 로로나 전설은 대략 다음과 같다. 마리아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스페인 정복자 남성과 결혼해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마리아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고 맹목적인 분노에 휩싸인 나머지 아이들을 강물에 빠뜨려 죽였다. 정신을 차린 마리아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스스로 물에 빠져 생을 마감하지만 그녀는 내세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옥을 배회하며 지금까지도 자식을 죽인 죄책감에 통곡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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