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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로마

문지방의 여신이 카르디아에서 카르나로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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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신화에서 카르나Carna는 심장과 다른 장기들을 관장하는 여신이며 건강의 수호신이다. ‘카르나Carna’라는 이름은 ‘살’, ‘피부’를 의미하는 라틴어 ‘카로Caro’와 관련이 있다. 그녀는 장기 특히 폐, 간, 심장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고 보호해 준다. 그녀를 기리는 축제에서는 베이컨과 콩으로 만든 수프를 즐기는 것이 전통이었다. 그녀는 또 육체가 음식으로부터 영양분을 얻도록 돕고 그것을 건강한 신체와 체력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돕는 여신이다.

 

 

매년 6월1일에 열리는 카르나 여신 축제는 ‘콩의 날’이라고도 불렸다. 이 날 콩, 베이컨 등으로 만든 음식들을 내놓기 때문이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 날 먹은 음식들이 내장을 보호하고 다음 해의 건강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시인 오비디우스(Pūblius Ovidius Nāsō, BC 43년~AD 17년)는 그녀를 바람과 관련된 건강의 여신 카르디아Cardea와 혼동했지만 이 음식들이 여신과 결합하는 것은 그녀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물들은 티베르 강(이탈리아 중부를 흐르는 강) 하류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신성한 숲에서 만들어졌으며 그 숲은 알려지지 않은 신 알레르누스Alernus(또는 헬레르누스Helernus)에게 바쳐졌다고 한다.

 

카르나 여신은 일곱 개의 언덕 중 가장 남동쪽에 있는 카에리우스 언덕에 성소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언덕은 로마 공화정 초기 6월1일에 첫 집정관인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Lucius Junius Brutus, BC 545년~BC 509년)가 건립했다. 이 성소 또는 신전은 3세기 기독교인 테르툴리안이 언급했듯이 700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테르툴리안은 카르나를 경첩(문쩌귀)의 여신(즉 카르디아)이라고 불렀다. 아마 그도 카르나와 카르디아를 혼동했을 것이다.

 

카르나는 여전히 문쩌귀의 여신 카르디아와 혼동하고 있는데 이는 오비디우스의 잘못이다. 원래 경첩과 문지방의 여신은 카르디아였는데 오비디우스가 그의 저서 <달력>에서 카르나로 잘못 쓰는 바람에 이렇게 굳어지고 말았다. 오비디우스의 <달력>에 따르면 카르나는 티베리스 강가의 신성한 숲 헬레르누스에 사는 숲의 님페로 원래 이름은 크라네였다고 한다. 평생 처녀로 살기로 마음먹은 카르나는 어떤 남성들의 구애도 거부했다. 특히 그녀는 남자들이 구애하면 숲으로 따라오게 한 뒤 쏜살같이 사라져버리곤 했다. 하지만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만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여느 남성들처럼 야누스도 카르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구애했을 때 카르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숲으로 도망가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야누스는 그녀가 숲 속 바위 뒤에 숨는 것을 알았고 그녀를 붙잡아 겁탈했다.


처녀성을 뺏긴 카르나를 위로하기 위해 야누스는 그녀에게 세상의 모든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야누스는 또 꽃핀 산사나무 가지를 선물했는데 이 산사나무 가지는 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재앙을 막아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반인반조 괴수 스트리게스Striges가 프로카스 왕의 어린 아들을 납치하려 했을 때 카르나는 아이의 내장으로 위장하기 위해 꽃핀 산사나무 가지에 돼지 내장을 걸고 주문을 외워 아이를 죽음에서 구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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