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화와 전설/아프리카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선택된 신, 오바탈라

반응형

서아프리카 요루바 신화의 특이점 중 하나는 최고신 올로두마레Olodumare가 항상 멀리 하늘에 남아서 오리샤로 알려진 신들을 통해 대지를 통치한다는 것이다. 이 신들 중에서 오바탈라Obatala는 순수함, 명확한 판단력 그리고 인류의 창조자로 유명했다. 올로두마레와의 친밀한 관계와 그 자신의 진정성으로 오바탈라는 알라발라세Alabalase(‘신적 권위를 가진 자’라는 뜻)로 언급되었다. 그는 하늘의 아버지이자 모든 오리샤들의 아버지였다.

 

요루바 신화에서 오바탈라는 태초의 신으로 영적인 순수함, 지혜, 윤리의 개념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신화에 따르면 그는 올로두마레가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 보낸 열 여섯 명의 오리샤들 중 하나였다. 요루바 판테온에 등장하는 신들은 대개 한 명 이상의 신들과 결혼했고 오바탈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모야Yemoja 여신은 오바탈라의 주요 배우자 중 하나였다. 요루바 신앙에서 유래한 오바탈라는 카리브해와 남아메리카의 일부 종교에서도 숭배되고 있다. 아프리카 기원의 쿠바 종교인 산테리아에서 오바탈라는 원래 이름 그대로 오바탈라오 알려졌고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기원의 브라질 종교인 칸돔블레에서는 옥살라Oxala로 불렸다.

 

 

명확한 판단력으로 유명한 오바탈라는 종종 오리샤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해결사로 등장해 모든 신들의 신성한 권위자로 여겨졌다. 많은 오리샤들이 창조에 참여했지만 대지를 창조하는 것은 오바탈라의 임무였다. 오바탈라는 또 올로두마레의 명령으로 인간을 창조하는 임무도 부여 받았다. 이런 신화 때문인지 요루바인들이 모든 생명체가 기원했다고 믿는 도시 일레이페Ile-Ife(또는 이페. 나이지리아 남서부 오순주에 위치한 고대도시)의 초대 통치자의 이름도 오바탈라였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 오바탈라는 인간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일레이페의 첫 번째 통치자인 오두두와Oduduwa를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요루바 신화에서 오바탈라는 지혜의 신으로 등장하지만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다만 그는 곧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을 만큼 반성한다고 알려졌다.

 

요루바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세상은 물만이 존재했다. 이 때 올로두마레는 오바탈라에게 대지를 창조하라고 명령했다. 오바탈라는 모래와 어떤 씨앗으로 채운 암탉과 달팽이 껍데기(또는 칼라바시)를 가지고 은색 사슬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늘에서 내려오자마자 그는 달팽이 껍질에 넣은 모래와 씨앗을 쏟아부어 최초의 대지를 창조했다. 하지만 대지는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오바탈라는 데려온 암탉을 풀어 주었다. 암탉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모래와 씨앗을 뱉어 오바탈라의 창조를 완성했다. 대지가 거의 창조될 즈음 올로두마레가 이번에는 오바탈라에게 인간을 창조하라고 명령했다.

 

신화에 따르면 올로두마레의 오바탈라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다른 신들의 질투를 불러왔다. 특히 에슈Eshu(요루바 판테온의 대표적인 트릭스터 신)는 오바탈라가 점토로 최초의 인간을 만든 곳에 야자 술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놓아 두었다. 얼마 후 오바탈라는 이 항아리를 발견하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얼마나 마셨는지 오바탈라는 술에 취하고 말았다. 술기운에 제대로 인간을 만들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완벽한 창조물이 되지 못했고 다양한 형태의 인간이 창조되었다고 한다.

 

오바탈라는 평화를 지향하는 신이었음에도 그와 형제라고 전해지는 오두두와와는 불편한 관계였다. 신화에 따르면 에슈의 장난으로 술에 취한 오바탈라 대신 오두두와가 인간 창조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심지어 오두두와는 오바탈라가 없는 동안 다른 대지의 창조도 이어갔다고 한다. 올로두마레는 오두두와의 이런 공로를 인정해 최초의 인간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일레이페의 왕으로 임명했다.

 

한편 술에서 깨어난 오바탈라는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것은 오바탈라와 관련된 요루바 의식에서 술이 금지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오바탈라는 금욕을 택함으로써 자신을 구원했고 인간은 그를 최초의 오리샤 중 하나로 숭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동안 오바탈라는 인간의 지배권을 두고 오두두와와 경쟁해야만 했다.

 

다른 신화에서 오바탈라는 이보Igbo족 사람들과 함께 군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다음 오바탈라는 그의 전사들을 악령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의례용 가면을 쓰라고 명령해서 일레이페가 공격받았을 때 적들은 위협해 항복을 받아냈다고 한다. 오바탈라의 목적은 일레이페를 통치하고 있던 오두두와를 축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레이페 출신의 모레미Moremi가 이를 알아차리고 오바탈라 군대를 저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신 사이의 평화가 회복되었고 인간들은 오바탈라 숭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두두와가 공식적으로 인류의 첫 번째 통치자였기 때문에 요루바인들은 오두두와를 이후 모든 왕들의 아버지로 여겼다.

 

오바탈라가 인간을 창조했기 때문에 인간의 머리는 오바탈라의 것으로 인식되었다. 요루바 사람들은 머리를 인간의 영혼이 사는 곳이라고 믿었다. 오바탈라와 인간의 연관성은 그 신이 ‘인간의 아버지’라는 뜻의 바바 아라예Baba Araye라고 불릴 때 더 명확해 진다. 태아 또한 오바탈라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그가 여전히 인간 창조의 책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피를 아이로 바꾸는 자’라는 뜻의 알라모 레 레Alamo Re Re라는 별칭도 오바탈라의 이런 임무 때문일 것이다.

 

오바탈라는 장애인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이 연결고리는 그가 인간 창조 후에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 성립되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오바탈라는 모든 장애인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했다. 게다가 요루바 종교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에니 오리샤Eni Orisha’ 즉 ‘오바탈라의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물론 요루바인들은 장애인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요루바 신앙에서 흰색은 영적인 순수함을 나타내며 오바탈라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오바탈라는 ‘흰 옷을 입은 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바탈라는 또 오팍소로Opaxoro라는 은색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오팍소로는 하늘과 땅의 결합을 상징하는데 그가 은사슬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신화에서 기원했다. 오바탈라는 또 흰색 비둘기와 자주 동행한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에서는 오바탈라 자신이 어려운 상화에 처했을 때 흰색 비둘기로 변신한다고 한다. 오바탈라에게 바쳐진 동물로는 흰색 비둘기 외에 달팽이, 흰 암탉, 뱀, 염소, 민달팽이 등이 있다.

 

요컨대 오바탈라는 요루바 판테온의 으뜸 신들 중 하나로 창조신이자 풍요(또는 다산)의 신이며 순수와 구원,윤리의 신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오리샤[신]들 중에서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는 임무를 위해 최고신 올로두마레에 의해 선택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