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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외규장각 도서 반환 합의는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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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흥선대원군이 프랑스 선교사 9명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략해 왔다. 소위 병인양요라고 하는 프랑스가 천주교 박해를 명분으로 일으킨 실제로는 조선의 문호를 개방시키려는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조선 정부의 강력한 대응으로 이 제국주의 전쟁은 수많은 조선 민중들의 목숨을 앗아간 채 두 달여 만에 끝이 났다. 그러나 이 전쟁은 1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바로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해간 조선왕실의궤를 포함한 300여 권의 외규장각 도서 때문이다.

1776년 정조는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을 설치했다. 또 정조는 1781년 규장각과는 별도로 강화도에 외규장각을 설치하여 1,000여권의 조선왕실 도서들을 보관하도록 했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은 외규장각을 침입해 많은 서적들을 불사르고 나머지 300여권은 약탈해 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 동안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위한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어 오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5년 임대형식을 빌어 반환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임대면 임대고, 반환이면 반환이지 임대 형식의 반환이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 정부와 언론은 전혀 등식이 성립될 수 없을 것 같은 임대와 반환을 영구반환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해 협상결과를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과연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는 진짜로 반환되는 것일까?.

임대와 반환의 의미마저 왜곡하는 정부와 언론

이번 합의에 따르면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가 한국에 5년간 임대하고 매 5년마다 임대기간을 갱신한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프랑스가 임대해 줄 외규장각 도서는 2015년에 임대계약을 갱신하고 또 5년 후에 연장하는 방식으로 영원히 한국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영구반환이라고 표현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반환이라고 하는 것은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는 말 그대로 빌려주는 것일 뿐 소유권과 이전과는 무관한 의미다. 결국 이번 합의는 프랑스가 주인인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빌려주는 것 뿐이다. 아무리 우리나라에 있다고는 하지만 외국인들이 물으면 프랑스 문화재라고 말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게 어찌 반환이란 말인가!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우리가 주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을 영구반환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또 한 가지, 등가교환?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상품의 가치와 가격이 일치하는 교환을 등가교환이라고 한다. 이 등가교환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팔아버린 굴욕외교다. 뭐든 시장논리로 바라보는 현정부다운 합의내용이다.

문화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이번 협상 합의 발표문에는 빠졌지만 등가교환이라는 임대방식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를 빌려주는 대신 우리는 우리 문화재를 프랑스에 볼모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를 팔아 프랑스 잇속만 챙겨주는 꼴이다.

결국 이번 협상타결로 우리는 프랑스도 인정한 약탈행위를 정당화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의 소유권마저 인정해 주고 말았다. 그 흔한 사과 한마디 없이 무리하게 G20 서울정상회의의 성과를 보여주려던 현 정부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굴욕외교의 전형이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 합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외규장각 도서 반환 합의는 철회되어야 한다. 또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의 완전 반환과 약탈행위에 대한 공식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끊임없이 프랑스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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