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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메소포타미아

최고신에서 지하세계의 신으로...알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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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랄루Alalu(또는 알랄루스Alalus)는 히타이트 출처로 알려진 후르리(BC 2천년경 고대 오리엔트 지역에서 활약한 민족으로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BC 13세기에 멸망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태초의 신으로 지하세계에 사는 신들 중 하나로 알려졌다. ‘알랄루Alalu’라는 이름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발굴된 히타이트 토판 신의 목록에서 ‘알랄라Alala’라는 이름은 많은 아누Anu(수메르의 안An, 아카드의 아누Anu와 동일한 신)의 조상들 중 하나로 언급되었다. 일부 신화학자들은 이 신 목록의 ‘알랄라Alala’가 후르리 전통의 ‘알랄루Alalu’와 동일한 신이라고 주장한다. 맨 끝의 ‘-u’가 굴절어이므로 단어의 위치에 따라 ‘알랄리Alali’ 또는 ‘알랄라Alala’로 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랄루는 후르리 신화에 등장하는 태초의 신이자 신들의 제왕이었다. 9년간의 통치 끝에 알랄루는 시종이자 아들인 아누에게 패배하고 암흑의 땅(지하세계)으로 도망쳤다. 이후 아누의 아들 쿠마르비Kumarbi가 아버지를 물리치고 왕위를 차지하게 된다. 쿠마르비가 아누의 성기를 물어 뜯었고 이 때 아누의 정액 일부를 삼켜 버렸다. 그 결과 쿠마르비는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폭풍의 신 테슈브Teshub였다. 이 집안의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테슈브는 아버지 쿠마르비를 물리치고 판테온 최고신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쿠마르비는 무기력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울리쿰미Ullikummi라는 괴물을 창조했다. 쿠마르비는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우펠루리의 어깨에 울리쿰미를 얹었다. 울리쿰미는 빠른 속도로 자라며 급기야 하늘을 뚫었다. 이 때 신들의 거처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결국 테슈브는 모든 신들의 동의를 얻어 황소가 끄는 전차에 올라 울리쿰미와의 전투에 나선다.

 

이 이야기는 사르곤Sargon이 우르-자바바Ur-Zababa를 물리치고 아카드 제국의 왕이 된 기록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신화학자들은 이 후르리 신화와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로 이어지는 그리스 신화의 유사성을 지적해 왔다. 차이라면 그리스 신화에는 알랄루(패배하고 지하세계의 신이 된) 역할이 빠져 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비블로스의 필로(Philo of Byblos, 64년~141년, 현재의 레바논)에 의해서도 기술되었다. 필로에 의하면 신들의 첫 번째 지배자는 엘리온Elyon이었으며 아들 에피게이우스Epigeius에게 권좌를 빼앗겼다. 에피게이우스는 다시 그의 아들 엘루스Elus에 의해 폐위되었다.

 

한 사회에서 신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신화의 확산’이고 또 하나는 ‘신화의 분산’이다. ‘신화의 확산’은 하나의 신화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어 유사한 신화가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이고 ‘신화의 분산’은 상호 교류가 없는 별개의 집단에서 유사한 신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후르리와 그리스 신화 및 비블로스의 필로의 기술은 ‘신화의 확산’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참고로 ‘신화의 분산’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는 홍수 신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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