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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폴리네시아

우리나라에 장승이 있다면 뉴질랜드에는 티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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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 부족을 포함한 폴리네시아 신화에서 티키Tiki는 전쟁의 신 투마타우엔가Tumatauenga 또는 숲의 신 타네Tane가 창조한 최초의 인간이다. 마오리족 가장 큰 부족인 은가티 하우 신화에서 티키는 연못에서 최초의 여성 마리코리코Marikoriko를 발견했다. 그녀는 티키를 유혹했고 그들은 히네카우아타아타Hine-kau-ataata(‘어둠 속에 떠다니는 여인’이라는 뜻)라는 딸을 낳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티키는 크고 작은 나무와 돌로 만든 인간 형상의 조각상을 이르기도 한다. 동상을 이다. 티키와 유사한 조각상들은 주로 폴리네시아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이 조각상들은 종종 신성한 장소나 중요한 장소의 경계를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마을이나 절 입구에 세웠던 장승과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한편 뉴질랜드 남서부 해안 전통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은 숲의 신 타네가 창조한 여성이었다. 일반적으로 그녀의 이름은 히네아후오네Hine-ahu-one로 알려졌다. 다른 전설에서 타네는 최초의 인간 티키를 창조한 후 그의 아내를 차례로 창조했다. 일부 뉴질랜드 남서부 해안 전통에 따르면 창조신 랑이와 파파 투아누쿠의 아들 티키가 자신의 피와 진흙을 섞어 최초의 남성을 창조했다고 한다. 이후 타네가 최초의 여성을 창조했다. 때때로 전쟁의 신 투마타우엔가가 티키를 창조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신화는 최초의 여성으로 마리코리코를 언급하고 있다. 티키는 마리코리코와 결합해 히네카우아타아타라는 딸을 낳았다. 또 다른 전통에서 티키는 타네의 성기라고 한다. 사실 티키는 생식작용의 기원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티키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에서 그는 늘 외롭고 갈망이 많은 성격이었다. 어느 날 티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또 다른 동료가 있다고 착각해서 그를 붙잡기 위해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연못 속에 그의 모습은 산산조각이 났고 티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후 그는 잠이 들었고 얼마 후 깨어나 다시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연못을 흙으로 덮었고 이 때 여자가 태어났다. 즉 티키는 창조신의 아들로 그 자신도 인간을 만든 창조신이기도 했다. 티키는 자신이 창조한 여자와 최초의 결합을 하게 된다.

 

티키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마치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쿡 섬 마오리족, 투아모투안족, 마르케사스족 등은 이 신을 티키Tiki라고 부르고 타히티 섬에서는 티이Tii, 하와이 섬에서는 키이Kii라고 부른다. 티키는 서부 폴리네시아어나 라파누이 언어로 기록된 적이 없다. 하와이 전통에서 최초의 인간은 쿠무호누아Kumuhonua였다. 그는 창조신 카네Kane 또는 카네Kane, 쿠Ku 그리고 로노Lono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는 붉은 흙과 침으로 만들어졌다. 티키(또는 키이)는 카네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는데 카네는 세상 구석구석에서 인간을 창조할 흙을 모으고 있었다. 최초의 여자는 그의 갈비뼈 중 하나로 창조되었다. 카네가 최초의 인간을 창조할 때 지하세계의 신 카날로아Kanaloa도 인간을 창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생명을 불어넣지 못해 죽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카날로아는 카네가 창조한 인간도 끝내 죽을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이후로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타히티에서 티이(티키의 또 다른 이름)는 최초의 인간이었고 붉은 흙으로 창조되었다. 최초의 여성은 티이의 뼈 중 하나로 만들어진 이비Ivi였다. 마르케사스 섬 전설에서는 빛의 신 아테아Atea와 그의 배우자가 인간을 창조했다. 또 다른 전통에서는 아테아와 그의 딸이자 아내인 새벽의 여신 아타누아Atanua가 인간을 창조했다고 한다. 쿡 섬 전설에서 티키는 지하세계인 아바이키Avaiki의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죽은 자의 영혼에 바치는 제물이 그에게 헌납되었다. 또 다른 쿡 섬 전설에서 티키는 자연사한 최초의 인간인 베에티니Veetini의 누이였다. 한편 쿡 섬에서는 지하세계 아바이키의 입구를 ‘티키의 틈’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스터 섬 전설에 따르면 초대 족장인 호투 마투아는 조상들을 상징하는 모아이를 가져왔고 이것은 훗날 거대한 모아이 석상의 기원이 되었다. 신화학자들은 이 모아이 석상이 바로 인간 형상의 조각상인 티키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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