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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중국

영웅들의 수호신이자 개인교사(?), 구천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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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화에서 구천현녀(九天玄女, Jiutian Xuannu)는 전쟁의 여신이자 사랑과 성 그리고 장수(또는 생명)의 여신이다. 그녀는 초자연적인 마법의 힘과 자신을 보이지 않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그녀는 북두칠성을 둘러싼 별들을 전사로 변신시키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구천현녀라는 이름은 ‘아홉 개의 하늘’을 의미하는 ‘구천(九天)’과 ‘신비스러운 여성’이라는 뜻의 ‘현녀(玄女)’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즉 구천현녀를 이름 그대로 번역하면 ‘아홉 개 하늘의 신비스러운 여성’이 될 것이다. 고대에는 간략하게 ‘현녀’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언급되었다.

 

 

신화와 예술에서 구천현녀는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매우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보통 순백의 옷을 입고 각종 보석들을 걸치고 있다. 중국 명나라 때 시내암(施耐庵, 1296년~1370년, 원말명초)이 쓴 장편소설이자 중국의 4대 기서(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 중 하나인 <수호전>은 구천현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머리에는 아홉 마리의 용과 봉황 상투를 틀고 있고 몸은 금실로 장식된 붉은 비단을 걸치고 있으며 푸른 옥 같은 줄무늬가 긴 도포 아래로 흘러내리고 백옥 같은 제물이 그녀의 화려한 소매 위로 솟아 있다. 그녀의 얼굴은 연꽃송이 같고 눈썹은 새까만 게 머리카락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입술은 앵두 같고 눈처럼 하얀 피부는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구천현녀에게는 소녀(素女, Sunu)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구천현녀에 관한 신화는 주로 지도자들에게 성과 전쟁에 관해 충고를 하는 그녀의 역할을 다루고 있다. 구천현녀는 여섯 명의 여전사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그녀의 마법적 특성 때문에 중국 전통 약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녀의 역사를 통틀어 구천현녀는 그녀의 성적 특성 때문에 다소 논란이 많은 인물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이름을 딴 고대의 성지침서 <현녀경>도 있었다. 당나라 때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음탕함을 없애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결국 명나라 때 와서야 구천현녀는 전사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 당나라 시대 도사 두광정(杜光庭, 850년~933년)이 쓴 신선과 선녀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 <용성집선록>에 따르면 구천현녀는 황제가 궁지에 몰렸을 때 황제에게 전략적 조언을 하기 위해 붉은 봉황의 등에 업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그녀의 도움으로 황제는 전쟁에서 승리했고 후에 옥황상제로부터 천상의 지위를 획득했다.

 

동진의 갈홍(갈홍, 317년~419년)은 중국의 신선방약과 불로장생의 비법을 서술한 도교 서적 <포박자>에서 구천현녀와 황제 사이의 관계가 단순히 전쟁에 관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 이상이었음을 암시했다. <포박자>에는 여신이 황제에게 ‘성관계는 물과 불의 혼입과 같다’며 ‘바른 방법을 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죽이거나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충고하는 구절이 있다.

 

한편 중국 민간신앙에서 영웅들의 수호신이자 개인교사(?)인 구천현녀가 향을 처음 만들었다고 해서 향마(香媽, ‘향의 어머니’라는 뜻)라고 불리며 제향업자들의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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