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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앙드레 모르아, 젊은이여 인생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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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모르와(André Maurois, 1885~1967), 어느날 낯선 이름의 소설가가 쓴 문고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저자의 이름도 생소한데 게다가 그가 모럴리스트(Moralist)라고 한다. '16세기부터 18세기에 프랑스에서 인간성과 인간이 살아가는 법을 탐구하여 이것을 수필이나 단편적인 글로 표현한 문필가를 이르는 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모럴리스트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내가 알 만한 철학자로는 몽테뉴 정도... 나는 그저 책읽기 좋아하는 얼치기 독자에 불과하다. 모럴리스트에 대한 그 이상의 철학적 의미를 찾으려든다면 책읽기의 흥미를 반감시킬 것 같아 나의 호기심을 여기까지로만 묶어두려한다.

범우문고의 11번째 책 [젊은이여 인생을 이야기하자]는 프랑스의 모럴리스트, 앙드레 모르와가 젊은이들을 향해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담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옮긴이의 말로는 우리 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일류 소설가라고 하는데 글쎄...혀와 입술이 부드럽게 굴러가는 발음과는 달리 여전히 생소한 이름이다. 다만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쉽게 서술되어 있다는 옮긴이의 말에는 십분 공감이 간다. 그렇게 읽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원제는 [어느 젊은이에게 보낸 공개 서한]이다. 앙드레 모르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결혼과 돈 등 인생의 참모습에 대해 일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었고 많은 부분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현학적 글쓰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한 몫 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꾸미지 않은 단어들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리저리 궁리 끝에 나는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다분히 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특수 용어로써 사람을 현혹시키는 그런 흉내는 결코 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젊은이여 인생을 이야기하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중에서-

저자의 정제되지 않은 솔직담백한 글쓰기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저자는 TV보기도 여가생활의 일부라며 적극 권장한다. 자신도 젊었으면 TV예술에 끌렸을 것이라면서, 아니 차라리 이 예술을 창조하는데 한 몫 끼어 희망의 방향으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TV가 '바보상자'로 폄하되는 현실에서 'TV보기'를 권장하는 지식인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속으로야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의 이런 거침없고 솔직한 태도는 돈에 대한 조언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그러나 돈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수도원은 빈곤하지는 않지만 수도사는 청빈의 감수를 맹세합니다. 그렇다고 수도사가 이슬을 먹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이여 인생을 이야기하자] <돈에 대하여> 중에서-

그렇다면 이런 솔직담백한 표현들로 앙드레 모르와는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을 구세대로 지칭한 앙드레 모르와는 억압된 생활로 점철되었던 자신의 세대와는 달리 신세대인 젊은이들에게는 변화된 현실을 맘껏 즐기되 삶의 다양한 일들 즉 사랑도, 돈도, 결혼도 자신의 책임하에 선택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성인군자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의 솔직한 고백과 조언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불편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아마도 솔직한 그의 성격과 반세기 전의 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다. 이런게 책읽기의 매력이 아닌가싶다. 뭔고 하니, 요즘도 민감한 사회이슈 중 하나인 낙태에 관한 그의 주장이다. 나는 낙태 찬성론자다. 저자는 낙태에 대해 철저한 반대 입장을 견지한다. 다만 내가 불편했던 것은 저자가 밝힌 낙태 반대의 변 때문이다. 조금은 천박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꼭 이런 식의 논리고 표현이어야 했을까?

"낙태는 사악한 행위이며 자연에 어긋난 일입니다. 당신이 결혼하려고 하는 처녀가 당신과 서로 알기 전에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연인을 갖고 있었다 해도 당신은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젊은이여 인생을 이야기하자] <결혼에 대하여> 중에서-

그러나 이 한 부분이 내가 이 책을 거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왔고 또 더불어 살아야 한다. 여전히 내가 젊다고 생각한다면 앙드레 모르와와의 만남도 삶의 참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이 될 것이다. 공감하든 공감하지 않든.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짧은 그의 글을 마무리한다.

"보잘 것 없는 인생을 쌓는 데도, 인생은 너무나 짧기만 하다."

젊은이여인생을이야기하자-범우문고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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