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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G20정상회담이 되살린 21세기 속 20세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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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설레임으로 맞이했던 새 천년의 축포가 터진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한 세기도 다 못 채우고 사는 게 인간인데 두 세기의 역사를 경험하게 됐으니 이만한 행운도 흔치 않을 듯 싶다. 옛 사람들은 강산이 10년에 한 번 변한다 했다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라면 족히 두 세 번은 옷을 갈아입었을 세월이다. 

21세기가 불과 10년이 지났을 뿐인데 20세기가 흑백TV 속 세상으로 추억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늘 추억여행에는 애틋함이 있다. 따뜻함이 있다. 그런데 여기 되살리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 있다. 그러나 매일같이 재현되는 악몽같은 추억여행에 미래마저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질 듯 꺼져가는 불빛이 애처롭다.

최근 몇 년 새 '대한 늬우스' 속으로 들어가 버린 현실은 <G20서울정상회의>를 통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서민들에게 <G20서울정상회의>는 그저그런 정상회의에 불과하다. 서민들에게는 팍팍한 삶으로부터의 탈출이 <G20서울정상회의>보다 몇 배의 가치가 있다. 결국 그들만의 잔치는 아닐런지....다만 G20이 되살린 21세기 속 20세기 풍경들이 서민들의 소박한 소망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뿐이다.

형식만 바뀌었을 뿐 그 내용은 20세기 그대로다.

#1. 대포집에서 회포를 풀던 아저씨들의 이야기

70년대 대포집에 모인 아저씨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을 한탄하며 '북한은 살기 좋다는데....'라고 말했다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유언비어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 당시 시대상황이 그랬다는 것이다. 국가와 권력자를 위해서는 그 어떤 불만, 불평도 속으로만 삭혀야만 했던 시절.

G20 홍보포스터에 쥐 그림 낙서를 한 40대 남성이 구속되었다고 한다. 이 슬픈 현실에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쥐(G)20이라 쥐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말이다. 70년대 대포집에서 막걸리 한 잔으로 얼어붙은 삶을 녹이던 아저씨들의 한탄이 무색해진다.

#2. 깨끗한 서울을 위해 쫓겨난 사람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한민족 최대의 경사라던 88서울올림픽이 있었다. 올림픽만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나면 선진국이 되는 줄 알았다. 민중들의 피를 먹고 탄생한 군사정부였지만 이런 달콤한 사탕발림에 생활의 불편함쯤이야 기꺼이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미관상 보기좋지 않다며 상계동 판자촌 사람들은 강제이주를 당해야만 했다.

G20을 앞두고 서울의 어느 구청에서는 G20 기간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G20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 일대의 고등학교들은 휴교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노숙자 정리는 이미 오래 전 들려온 소식이다.

상계동 판자촌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서민은 여전히 그들만의 잔치에서 눈엣가시일 뿐이다.

#3. 대한민국 국시 '통일'은 결국 가택연금으로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합니다...." 1987년 유성환 의원은 올림픽을 앞두고 국회에서 대한민국 국시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다 가택연금되었고 전두환 대통령은 그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군사정부 시절 국회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거수기를 거부하는 국회의원에게 남은 건 탄압뿐이었다.

G20을 앞두고 검찰이 백주대낮에 국회의원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그분의 결단? 한미FTA 재협상, 원전수주 대가로 결정한 파병, 대포폰, 영부인 로비 연루설 등 각종 논란 앞에서 그들은 국회를 거수기로 만들지 못할 바에는 짓밟아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4.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그래도 자명종이 대세이던 시절 저녁 9시 '땡'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야 했던 일명 땡전 뉴스다. 당시 언론은 군사정권의 치부를 가려주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 대한민국 언론에게 살인마 전두환은 '위대한 영도자'였다.

21세기, 정확히 2010년11월 대한민국 언론을 보면 청와대 대변인이 왜 있는지 의문이 든다. 20세기 언론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 우리 언론을 보면 G20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고도 남을 것 같다. 경제효과가 30조니 40조니...말 그대로 경제효과다. 확인도 검증도 할 수 없는 장미빛 수치들을 쏟아낸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은 그야말로 천연기념물이다.

미국의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고 했단다. 당신의 선택은? 아쉽게도 나는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겠다.

최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한국은 7살짜리 아이들까지 환율 공부를 한다'며 우리의 왜곡된 G20 열풍을 비꼬았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진리가 아니지만 진리로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만 전진한다는 진리(?)말이다.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수레바퀴는 작은 돌부리에도 회전을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후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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