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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중국

전설적인 궁수 예羿와 해가 뜨기 전 수탉이 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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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화에서 예羿 Yi (또는 후예 后羿Hou Yi)는 전설적인 궁수였다. 그는 달의 여신 항아 嫦娥 Chang’e와 결혼해 열 개의 태양 중 아홉 개를 떨어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예는 한 때 옥황상제의 궁전에 살기도 했다. 예는 인간을 뛰어넘는 힘을 가진 젊은 청년으로 묘사된다. 그는 호랑이 뼈로 만든 큰 활과 용의 힘줄로 만든 화살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작품에서 예는 보통 동물 가죽으로 만든 전통적인 군인 복장을 하고 등장한다. 예의 아내인 항아는 그를 배신하고 달의 여신이 되었다고 한다. 예와 항아 모두 중국 신화에서 유명한 캐릭터이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이었던 굴원(屈原, BC 343년~BC 278년) 의 시 ‘천문’은 “예는 왜 태양을 쏘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태초에 신화적 황제 요 堯Yao가 중국을 통치하던 시절 우주에 10개의 태양이 나타났다. 어느 날 옥황상제는 대지를 파괴하지 않도록 하나의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개의 태양이 동시에 하늘에 나타났을 때 대지는 견딜 수 없이 뜨거워졌다. 인간들과 농작물은 뜨거운 열기에 타들어 갔고 괴물들이 나타나 인간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예는 옥황상제한테 가서 자신이 9개의 태양을 떨어뜨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옥황상제는 태양들에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태양들은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옥황상제의 말이 들릴 리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옥황상제는 예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호랑이 뼈로 만든 활과 용의 힘줄로 만든 화살을 가진 예는 대지 위의 괴물들을 처치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태양들을 겨냥했다. 화살을 날리기 전 예는 태양들에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며 최후의 경고를 했다. 하지만 태양들은 예를 비웃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예는 활을 젖히고 아홉 개의 태양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순식간에 9개의 태양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마지막 남은 열 번째 태양은 이 상황에 겁을 먹고 동굴 속으로 숨어 들었다.

 

한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만 있어야 하는 법. 그러나 예의 뛰어난 활 솜씨에 놀란 열 번째 태양마저 동굴에 숨어 버리면서 대지는 견딜 수 없는 어둠과 추위에 휩싸이고 말았다. 대지의 모든 생명체들은 예에게 마지막 태양을 동굴에서 나오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동굴에 숨어버린 열 번째 태양은 예가 너무도 무서워 동굴 밖으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모든 생명체들이 태양을 직접 끌어내려 했고 마지막 태양은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 때 수탉 한 마리가 ‘꼬끼요!’ 하며 크게 울었다. 그런데 이 수탉의 울음소리가 동굴 속 태양에게는 ‘형!’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마지막 태양은 이 소리에 나머지 태양들이 살아있는 줄 알고 동굴을 빠져 나왔다고 한다. 해가 뜨기 전 수탉이 먼저 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의 용감한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죽음의 여신 서왕모西王母Xiwangmu는 예에게 불멸의 비약 한 병을 주었다. 이 약을 먹으면 신이 되어 옥황상제의 궁전에서 살 수 있었다. 예는 불멸을 원했지만 아내 항아를 홀로 남겨둘 수 없었다. 고민이 길어지면서 예는 서왕모에게 받은 불멸의 비약을 잠시 숨겨 두었다.

 

그러나 예가 결정하기 전 어느 날 그가 자는 동안 아내 항아가 이 비약을 훔쳐 먹고 말았다. 항아는 남편이 알게 될까봐 서둘러 달로 달아났다. 잠에서 깬 예는 이 사실을 알고 아내에게 너무 화가 나서 그녀를 쏘려고 했지만 참았다. 얼마 후 분노가 가라앉고 예는 밤마다 달이 뜨면 아내를 용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가 좋아했던 음식들을 정성껏 차려 놓았다. 이 전설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수확이 끝나면 사람들은 항아[달]에게 공물을 바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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