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나만의 독서 팁

728x90

독서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많은 사람들은 책읽을 시간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건 비겁한 변명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책말고도 하루를 보내는 데는 수도 없이 많은 일이나 생각들과 싸워야 할 판에 거기에 대고 잔뜩 핏대 세우고 안성기를 향해 총을 겨눈 설경구가 된다는 것은 독설이고 오만일 것 같아서다. 책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책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곁들인다면 이는 분명 사족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책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평균적인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책을 곁에 두지 못하는 하소연의 토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책읽을 시간을 확보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퇴근 후에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이라도 한 잔 해야 하고, 집에 와서는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아이들과도 놀아도 줘야 되고, 주말이면 그동안 미뤄뒀던 잠이라도 실컷 자야하는데 한가하게(?) 책읽을 시간을 운운한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읽을 시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책을 읽어야 된다는 명제에 공감한다면 말이다.

자투리. 사전적 의미로는 '자로 재어 팔거나 재단하고 남은 천 조각'을 의미한다. 여기에 시간 개념을 대입해 본다면 하루 중 다양하게 벌어지는 일과 일 사이에 끼인 공간들의 시간적 개념이 자투리가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버려도 그만인 시간이다. 그런만큼 이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활용한다면 장보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덤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나는 열정적인 독서광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많은 책을 읽고자 노력하고 있는 초보 독서가다. 평범한 직장인지라 나 또한 책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부끄럽지만 자투리 시간를 활용한 나만의 독서 팁을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공감이 간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독서 갈증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 내 책장은 늘 이렇게 지저분하다. 책이 책장을 넘으면 대충 쌓아두고 만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한다

출퇴근할 때 생기는 짬은 어떤 외부로부터의 방해도 받지 않는 유일한 자투리 시간이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때로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이 자투리 시간이 짧게는 10분 남짓이 될 수도 있고 길게는 1시간이 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걸어서 출퇴근하기도 하고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할 것이다. 요즘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꽤 있더라. 책읽을 시간을 간절히 원한다면 대중교통만한 게 없다. 출장이 잦거나 차가 꼭 필요한 영업 관련 직업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출근 시간이 40분에서 교통상황이 좋지 않으면 1시간 정도 걸린다. 퇴근시간까지 생각한다면 하루에 2시간 가까운 자투리 시간을 버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퇴근 때는 가까운 곳에 사는 직장동료가 서운해 할까봐 그의 차를 이용한다. 이 시간을 빼더라도 1시간은 자투리 개념을 훨씬 벗어난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 동안 매월 꼭 읽고 싶었던 책 위주로 챙겨 나간다.

우리의 독서생활이 외국영화에서 보듯 뜀박질하는 사람들 사이에 놓여있는 후줄근한 벤취에 앉아 책을 보는 그런 문화는 아닌지라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읽는 것을 다소 창피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한편 그 곳에는 이어폰을 끼고 무슨 노래를 듣는지 흥얼거리는 사람들도, 휴대폰으로 제공되는 DMB를 보면서 배꼽잡고 낄낄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책읽는 게 창피하다면 분명 올바르지 못한 문화일 게다. 아무 생각없이 만날 스치는 차창 밖 세상만 바라보느라 양 쪽 눈동자에 고통을 주느니 책이라도 한 권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자기 전에는 가벼운 책을 읽는다

안그래도 업무에 지쳐, 상사 눈치 보느라 피곤해 죽을 지경인데 무슨 책이냐고? 모르는 말씀.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초보 독서가에게 책만한 수면제는 없다. 그렇게 애를 써도 쉬 잠들지 못하다가도 책 몇 줄만 읽으면 스르르 잠이 드는 경험, 어릴 때부터 셀 수 없이 반복한 체험 중의 체험(?)이다. 열정적으로 독서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콧웃음 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도 여전히 그런 부류 중의 한 명인 것을....

고로 자기 전에는 30분이면 족하다. 특히 이 시간에는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있는 책이면 좋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야 할 마당에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곤란하니까. 나는 주로 신화 관련 책을 읽는다. 아니면 쉽게 읽히는 소설이나 수필. 만화를 좋아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성 싶다. 아직도 만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줄로 안다. 그러는 사이 휘프노스(Hypnos)의 방문을 받게 될 것이다.

일어나서는 좀 더 심도있는 책에 도전한다

밤새 휘프노스와의 유희가 꿀맛 같았지만 언제까지 나와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 휘프노스가 물러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에오스(Eos)가 찾아온다.

빨리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는 고리타분한 격언이 아니고라도 하루 중 이 때만큼 맑고 상쾌한 정신을 가질 수는 없다. 책읽을 시간이 없다고 그렇게도 강변했다면 이 시간만큼은 얼리 버드(Early Bird)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다행히도 우리는 유별난 공교육 탓에 어릴 때부터 잘 훈련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 때는 자기 전보다 좀 더 심도있는 책을 읽어도 좋다. 나는 출근할 때 버스에서 읽을 책을 이 시간에 미리 잠깐 맛본다. 이 때도 30분이면 족하다. 학교와 직장에서의 예상되는 스트레스 앞에서 무리하면 정신건강(?)에 오히려 해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고전이나 인문교양, 사회교양 관련 책들을 잠시 들춰보는 것으로 이 자투리 시간은 그렇게 메우고 넘어간다.

문고만한 게 없다

문고는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데 최고의 친구다. 손바닥에 들어가고도 남을 사이즈에 주머니에 말없이 들어가주는 이 놈은 평생 같이 대(竹)로 만든 말(馬)을 타고 놀아줄 친구임에 틀림없다. 문고는 출퇴근 시간과 자기 전, 자고 일어나서의 시간 말고도 더 많은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준다.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점심먹고 남는 시간, 여행 중 쉬어가는 틈에 딱딱한 양장본이 부담스러웠다면 말이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요즘은 서점에 가도 예전처럼 그렇게 문고를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산이 맞지 않아서인지, 찾는 독자수가 예전만 못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 작디작은 책 안에는 전기, 소설, 인문, 사회, 철학 등 덩치 큰 책들이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모두 들어있으니 작은 거인이라 할 수 있다. 덧붙여 범우사의 '범우문고'를 추천해주고 싶다. 이미 200여 권의 문고들이 출판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문고 신간들을 내놓고 있어 문고를 즐겨찾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나의 독서 팁을 몇 가지 소개했지만 사실 나도 주어진 자투리 시간을 온전히 메우고 있지는 못한다. 소개한 팁들을 100% 활용했다면 나는 지금쯤 얼치기 독서가가 아니라 열독자가 될을 것이고 책을 냈어도 몇 권은 냈을 것이다. 다만 책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취미로서의 책읽기를 좀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 이 자투리 시간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나의 자투리 시간을 메우고 있는 책은 [아빠는 경제학자]와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