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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시인의 마을

말의 사기사님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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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년 졸아나보시지요

일제히 고개들을 끄덕대며

무슨 싸롱이라든가에 들어앉아

 

별들이 왜 별입니까

그것은 땅덩이지요.

아 그 유명한 설계사 피카소씨라시죠

아니, 저, 뭣이냐 그 입체파 가수들이라시던가요

멋쟁이시던데요

새파란 제자들을 대장처럼 데리구 앉아.

 

농사나 지시면 한 백석직은.

품도 한창 아쉴 땐데.

 

염체 좋은 사람들

그래, 멀쩡한 정신들 가지구서

병신 노릇 하기가 그렇게나 장한가요

 

마음껏 흉물 쓰구

뒤나 자주 드나드시죠

 

양식은, 피땀 흘려 철마다 꼭 꼭 보내올릴께요

뽕먹는 누에처럼 그 괴상한 소리나 부지런히 뽑아서 봄에 자꾸 감아보세요 「어떻게 되나」

 

참 훌륭도 하시던데요

어쩌면 그렇게도 꼭 같을까

미국사람을 참 훌륭히도 닮으셨어

조끔만 더 있으면 우리말 같은 건······.

「원체 일등국언자는 양반언자이니깐요

한 단어라도 많이 나열할수록 유식해요」

 

까다로운 정신님네들

무슨 어휘들이 그리도 풍부하오

위대한 예술은 민중이 알아들어선

못써요?

 

고만들 두시지요

아양 오용님네들

교활한 작업을랑 그만들 두시고

재주들이 있거든 세금술이나 배우시지

 

가다 맥히니깐 엉뚱한 사잇길로 도망가 앉으셔서

「정신이상증이시라면 몰라도요」

미래파요, 글쎄요, 실존이요

하 참 현대파이시라지요

아니 신직물주의시라던가

오 참 기계주의 인상파 인도주의시라지요

영업간판들이 푸짐도 하신데요

 

고추장 먹걸랑 순진들 해지세요

 

그리고 땅들이나 파시지요

어때요.

하, 그 현대지성인의 고뇌 말씀이죠

주제넘으신 것 같으신데요

아드님이나 키우시지.

싫으시거든, 그럼, 고개들 맞대고 끄덕끄덕 한 천년 졸아나보실까?

「영자비석 밑에들 모시구 앉아서」

 

-신동엽의 '말의 사기사님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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