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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핀란드

간달프의 모델이 된 베이네뫼이넨의 어머니, 일마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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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와 바람뿐인 태초의 우주에는 일마타르Ilmatar만이 존재했다. 즉 태초의 신 일마타르는 대기의 처녀신이었다. 칼레발라Kalevala(엘리아스 뢴로트가 핀란드 각지에 전승되는 전설, 구비, 음악 등을 집대성해 만든 서사시)로에 따르면 무지개를 타고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바람과 어울리는 일에 지친 일마타르는 아들을 하나 갖고 싶어졌다. 그녀의 바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이를 본 동풍은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결국 일마타르는 동풍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고 얼마 후 핀란드 신화의 영웅이자 영화 <반지의 제왕> 속 간달프의 모델이 된 베이네뫼이넨 Väinämöinen 을 잉태했다.  

 

 

하지만 아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7백년이 흘렀다. 일마타르는 점점 아이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하늘을 날고 있는 천상의 백조를 보았다. 이 불쌍한 새는 필사적으로 임신했고 쉴 곳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일마타르는 무릎을 꿇었고 백조가 그 위로 살짝 내려앉았다. 백조는 일마타르의 무릎 위에 여섯 개의 우주 알과 여섯 개의 철로 된 알을 낳았다. 백조는 이 알들을 품고 잠이 들었다.

 

한동안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일마타르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뻗기 시작했다. 그 때 일곱 개의알이 격렬한 파도가 굽이치는 바다로 떨어졌다. 우주 알은 너무도 섬세해서 물에 닿자마자 껍질이 갈라졌고 거대한 우주가 파도 위에 형성되었다. 일마타르는 휘젓는 혼합물이 하늘과 대지로 굳어지는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른자는 하늘로 미끄러져 태양인 페이베테르Paivatar가 되었고 흰자는 달인 쿠우Kuu가 되었다. 얼룩덜룩한 알 껍질 조각들은 별이 되었다. 이렇게 우주가 형성되었다.

 

우주가 창조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일마타르는 기쁨에 흥분했고 대지를 완성하는 등 마무리 작업에 힘을 쏟았다. 마침 7백년 동안 일마타르의 배 속에 있던 베이네뫼이넨이 깨어났고 세상을 보고 싶어했다. 베이네뫼이넨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고군분투 끝에 어머니 배 속을 탈출했다. 일마타르 배 속에서 나온 베이네뫼이넨은 이미 노인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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