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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자신을 뺀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미소년, 나르키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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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소스Narcissus는 그리스 신화 속 전설적으로 잘생긴 미소년이자 풍산 신화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끈 극단적인 자기애를 경험한 후 수선화가 되었으며 하데스에게 납치당한 페르세포네 여신을 유혹하기도 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 기원전 43년 ~ 기원후 17년) 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나르키소소는 강의 신 케피소스의 아들이다. 나르키소스는 테스피아이의 님페 리리오페에게 한 눈에 반한 케피소스가 그의 물결로 리리오페를 감싼 후(또는 겁탈한 후) 잉태되었다.

 

아들의 미래가 걱정된 리리오페는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았다. 테이레시아스는 그녀의 아들(나르키소스)이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장수를 누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델피 신전에 새겨져 있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이상 ‘너 자신을 알라’의 경고와 함께 아이러니한 반전인 셈이다.

 

 

나르키소스는 죽어서 식물(수선화로 알려짐)로 다시 태어나는데 그 식물은 페르세포네와 관련되어 있다. 페르세포네는 수선화를 꺾으려다 하데스에게 납치되었다. 그녀는 일년 중 절반은 지하세계에서 보내야 했다. 그 결과 계절이 바뀌게 된다. 그러므로 나르키소스 이야기는 신의 전사 히아신스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풍산 신화로 인식되고 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미소년이기는 하지만 나르키소스는 냉정하기 그지 없다. 남성과 여성은 물론 산과 물의 님페들이 그를 사랑했지만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다. 나르키소스는 헤라에게 저주를 받은 에코라는 님페와도 관련이 있다. 에코는 자매들과 함께 제우스와 어울려 다니는 동안 끊임없는 수다로 헤라의 주의를 산만하게 했다. 헤라는 에코가 그녀를 속였다는 것을 알고 저주를 내려 에코가 다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말만 되풀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느 날 숲을 헤매던 에코는 사냥 동료들과 떨어져 있던 나르키소스를 만난다.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껴안으려 했지만 나르키소스는 매정하게 거부한다. 그는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기 전에 죽을 것이다’라고 외친다. 이 때 에코도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기 전에 죽을 것이다’라고 대답한다. 실연에 가슴이 찢어진 에코는 숲 속을 헤매며 자신의 삶을 한탄한다. 그녀의 뼈가 돌로 변했을 때 남은 것은 그녀의 목소리 뿐으로 다른 사람의 말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도 나르키소스의 구혼자 중 한 명이다. 네메시스는 나르키소스가 자기 자신을 짝사랑을 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나르키소스는 물이 흐트러지지 않고 잔잔한 연못에 다가가 연못 안을 응시한다. 그는 연못 속의 자신의 얼굴에 매료되어 몇 날 몇 일을 연못만 바라보다 죽고 만다.

 

에코처럼 나르키소스도 그냥 사라져 버린다.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에 지쳐 죽고 만다. 나르키소스의 죽음을 슬퍼한 숲의 님페들이 그의 장례를 치러 주기 위해 모였을 때 그들은 오직 (수선화) 꽃 하나만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날까지도 나르키소스는 지하세계에 살고 있다. 그는 여전히 스틱스 강의 그의 모습에 반해 한 치의 미동도 없이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수선화는 때이른 죽음의 상징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페르세포네를 죽음으로 이끌기도 했던 수선화를 중독성 있는 향기를 가진 꽃으로 여기기도 한다. 또 다른 신화에서 나르키소스는 스스로에게 집착하는 대신 그의 쌍둥이 여동생을 애도하기도 한다. 오늘날 나르키소스는 나르시시즘의 음흉한 정신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현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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